기저귀를 떼려고 하루하루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이를 생각하면 엄마가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가끔은 정말 기저귀 수발이 몸서리쳐지게 힘들 때가 있다.

유치원에서 기저귀를 착용한 채로 종일 앉아서 생활하다 보니 아이의 엉덩이가 심하게 짓물러있다.

응가를 하고도 제 때에 선생님께 의사표현을 하지 않은데다 다른 아이들도 같이 돌봐야 하는 선생님이 아이를 기저귀를 자주 확인하지 못한 것이 결국 원인인데, 문제는 피부껍질이 벌겋게 벗겨지도록 발진이 심각한데도 아이는 정작 아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아프다는 엄살 조차도 하지 못한다는 것. 하지의 신경이 온전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름만 되어 발진이 한번 시작되면 자꾸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기면서 크고 작은 발진이 봄부터 멈추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기저귀를 벗겨놓는데, 진짜 전쟁은 이 때부터가 시작이다. 기저귀를 벗기고 옷을 갈아 입혀 놓으면 얼마 안 되어 아이는 팬티에 소변을 지리고 또 얼마 안 되어 대변을 지리고, 변기에 앉혀 마저 일을 보게 한 후 아이를 씻기고 나면 엄마의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만다. 버려놓은 팬티와 옷가지들을 주물주물 빨아놓고 나면 엄마는 이내 기진맥진…

비누로 아무리 씻어도 손에서 떠나지 않는 똥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이 놈의 똥수발은 도대체 언제 끝이 날런지…’ 절로 한탄이 나온다.

게다 또래에 비해 말랐다고는 해도 여섯살 남자아이는 점점 키도 자라고 뼈의 힘도 드세지니 마흔을 훌쩍 넘겨 체력이 딸리는 엄마는 조금씩 감당하기 힘들다는 생각도 든다.

선풍기 앞에서 장난스러운 포즈로 환부를 말리고 있는 아이. ⓒ이은희

몸이 불편한 아이를 키운다고 해서 엄마로서 감정적으로 흔들리거나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엄마의 기본적인 육아철학인데, 사실 내 몸이 힘들면 가끔은 축 처져서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멍하게 있다 보면 나만의 시간도 잠시, 또다시 엄마를 불러대는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에 이내 현실로 돌아올 수 밖에 없고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아이들과 어울리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우리 주언이, 다른 아이들보다 늦어서 그렇지 언젠가는 제 스스로 뒷처리를 할 수 있는 그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 때까지 힘에 부쳐 아이를 돌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그리고 기운이 빠져 혼자 멍하니 딴 생각하는 엄마가 되지 않도록 이젠 엄마의 체력관리도 필수인 듯 하다.

또한 지금 이 시간을 조금만 참으면, 만으로 여섯 살이 되는 내년부터는 활동보조인과 일을 나눌 수 있으니 쉬고 싶은 엄마에게 짧은 시간이나마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역시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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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칼럼리스트
주언이가 보통 아이처럼 건강했으면 결코 알지 못했을 사회의 여러 구석들과 만나면서 아이 덕분에 또 하나의 새로운 인생을 얻은 엄마 이은희. 가족들과 함께 낯선 땅 영국에서 제3의 인생을 펼쳐가고 있는데...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좌충우돌 일상사를, 영국에서 보내온 그녀의 편지를 통해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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