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언이는 늘 팔이 아프다.

가느다란 팔에 온 몸을 의지해서 이끌고 이곳 저곳 다니려니 과부하가 걸린 팔이 아프지 않을 수가 없다. 잠들기 전에도 하루 종일 시달려 고단한 팔을 마사지해달라고 징징거리고, 자다가 일어나서도 팔이 아프다고 우는 아이에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간단한 마사지나 냉찜질, 그것으로도 해결이 안되면 그저 진통제를 먹여줄 수 있을 뿐이다.

어서 빨리 자라서 휠체어에 더 익숙한 생활을 하며 팔에 온몸을 의지하는 시간과 빈도가 지금보다 줄어들기를 바라는 수 밖에…

낑낑대며 바닥을 기어올라가고 있는 주언이. ⓒ이은희

낑낑대며 바닥을 기어올라가고 있는 주언이. ⓒ이은희

사실 작년만 해도 주언이는 다리가 네 개여서 좋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불편함을 모르는 아이였다.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께서 매일매일의 일상을 적어 보내주시는 원아수첩에 작년 어느 날 이런 얘기가 적혀 있었던 적이 있다.

주언이가 손과 다리를 이용해 폴짝폴짝 뛰면서 이렇게 말했단다. “나는 다리가 네 개라서 폴짝폴짝 잘 뛸 수 있어요.”

그러면서 네 다리(?)를 이용해 힘껏 바닥에서 몸을 튕기는 아이에게 왜 다리가 네 개냐고 물으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손 두 개, 다리 두 개인데, 손도 다리고 다리도 다리라서 네 개예요.”라고 대답했다는 것.

소상한 상황의 묘사와 함께 담임선생님은 “주언이가 무척 긍정적이고 밝아서 정말 예뻐요”라고 덧붙이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웬만한 일로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얘기를 읽으면서는 아이가 너무나 기특하고 고마워서 조금 눈물이 났다.

어쩌면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절대로 뛸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리가 네 개라서 폴짝폴짝 잘 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 아이에게 정말 고마운 순간이었다.

언제나, 어떤 경우에도 밝은 표정을 보여주는 아이의 모습. ⓒ이은희

그러나, 한살 두살 아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부모가 도와주는 부분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예컨대, 팔다리를 대신해 이동하는 것은 부모가 어느 정도 도와줄 수 있지만 결코 채워질 수 없는 마음의 욕구나 갈망,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신체 일부분의 통증, 이런 것들은 앞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결코 부모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이다. 부딪히고 상처받고 또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 치유할 수 있을 뿐…

‘어떻게 하면 내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밝게 자랄 수 있을까?’ 아이가 장애가 있건 없건,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질문이다.

주언이가 성장하는 걸 지켜보면서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이 아이가 자신의 장애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다. 조금씩 자아가 형성되면서 자신이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상처받지는 않을까, 또 더 자라서 학교에 갔을 때 아직 철없는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상처받고 실망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가능하면 아이가 구김살 없이 밝게 자랄 수 있도록, 또 자신의 힘으로 불가능한 어떤 상황에서 쉽게 좌절을 느끼지 않고 무엇이든 도전해볼 수 있도록 아이의 발이 되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제 겨우 여섯 살인 주언이. 앞으로 성장 과정에서 받게 될 상처를 이 엄마가 너무 오버해서 미리 걱정하는 것일는지도 모르지만, 그 모든 상처를 성장의 동력으로 변환해서, 지금도 충분히 밝고 예쁜 아이지만, 작년에 보였던 그 모습처럼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아이로 잘 자라준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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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칼럼리스트
주언이가 보통 아이처럼 건강했으면 결코 알지 못했을 사회의 여러 구석들과 만나면서 아이 덕분에 또 하나의 새로운 인생을 얻은 엄마 이은희. 가족들과 함께 낯선 땅 영국에서 제3의 인생을 펼쳐가고 있는데...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좌충우돌 일상사를, 영국에서 보내온 그녀의 편지를 통해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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