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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형편없는 딸입니다”

장애아이의 엄마가 그 어미에게 보내는 '사모곡'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05-07 16:22:00
오늘도 친정엄마와 다투었습니다. 안 그러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씩 이렇게 서로 파르르해질 때가 있습니다.

자라는 동안 나는, 내 엄마에게 대들거나 엄마의 뜻을 거역해본 적이 거의 없었던 고분고분한 딸이었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부터, 특히 몸이 불편한 아들 주언이를 키우면서부터는 엄마와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몸이 아파 안아달라고 자꾸만 보채는 외손자 주언이에게 “왜 자꾸 엄마 귀찮게 안아달라고 그래쌌냐?” 라는 냉랭한 말을 던질 때부터 내 마음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아파서 유치원에 못 갔다는 얘기를 듣고는 또 한마디, “왜 자꾸만 아파갖고는 엄마를 힘들게 해쌌냐?” 라고 하십니다. 마음에 슬그머니 가시가 돋았지만 왜 그러시는지 알기에 꾹 참았습니다.

급기야 식사시간에 식탁의자에 올라앉아있던 주언이가 내려달라고 하자 “스스로 내려올라고 애 좀 써보제, 왜 맨날 내려달라고만 그래쌌냐?” 라며 기어코 한마디 하십니다.

아이가 혼자 내려올 수 없다는 거 뻔히 아시면서도 말이지요.

더 이상 듣고만 있기에 불편해진 내가 급기야 엄마한테 쏘아붙입니다.
“왜 잘못도 없는 애한테 자꾸 그래?”

참았어야 했습니다. 나도 그랬어야 했지만 당신 또한 참으셨어야 했습니다.
말없이 십여 분이 지나자, 하도 들어서 귀에 못이 박힌 얘기를 또 꺼내십니다.
당신은 당신의 딸인 내가 장애를 가진 손주 녀석 때문에 힘들게 사는 것만 같아 무척 속이 상한다는 거지요.

내가 당신의 마음을 왜 모르겠습니까.

딸이 일하는 동안 손주 녀석들 돌봐주신다는 명목으로 하루에 몇 시간씩 집에 와 계시지만, 정작 당신은 손주녀석을 돌보는 일보다는 딸의 일손을 덜만한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인생을 즐기면서 여생을 보내야 할 나이에 딸네의 집안일과 육아를 대신해주시느라 관절이 쑤셔도 딸내미한테 걱정 끼칠까봐 아프다는 말씀 한마디 않고 참고 계신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내 자식을 안쓰러워 하듯, 당신 또한 당신의 자식이 안쓰럽습니다.
세 아이 돌보랴, 바깥 일하랴, 집안일 하랴, 틈틈이 공부까지 해야 하는 마흔 넘은 딸내미의 일상이 한없이 안쓰럽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 싶은데, 가끔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가 아니라 ‘제 엄마 힘들게 하는 애물단지 손자’라는 생각이 드는 모양입니다.

정작 나는 내 아이니까 괜찮다고 아무리 항변해도 노인네 생각으로는 그렇게 여겨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힘들게 키우고 공부시켜 주신 내 어미에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릴 일만 남았는데, 하필 언제쯤 건강해질 지 기약이 없는 몸이 불편한 자식을 둔 죄로 나는 불효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멋쟁이 울 엄마, 멋진 옷이랑 가방으로 치장시켜드리고, 해외여행도 근사하게 보내드리고 싶은 평범한 딸이지만, 나이드신 울 엄마 곁에는 하루 24시간을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걱정거리 큰 딸만 있을 뿐입니다.

안타깝게도, 장애아이를 자식으로 둔 나는, 사랑하는 내 엄마에게 형편없는 딸입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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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은희 (yip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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