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섯 살인 주언이가 재활을 위한 물리치료를 시작한지도 벌써 만 5년이 되었다. 백일을 갓 지나고부터 시작했으니 태어나서 쭉 물리치료를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아기일 때는 너무 어린 아기여서 울고, 두세 살 때는 아무 것도 모른 채 힘들어서 울고, 말 안 듣는 나이 네다섯 살 때에는 그야말로 하기 싫다고 버티면서 울고…

어린 아이에게 치료를 시켜본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여섯 살 된 남자아이를 고분고분하게 치료선생님 앞에 한 시간 가량 붙잡아 두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치료선생님의 무한한 인내는 물론, 엄마아빠의 모진 협박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달콤한 것들을 총 동원한 달콤한 회유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나 할까.

치료실에서 울고 있는 세살의 주언이. ⓒ이은희

아이의 관심을 딴 데로 전환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아기 때에는 누르면 소리나는 캐릭터 장난감 같은 것들이 상당히 요긴했었고, 한참 책읽기를 좋아할 때에는 목이 쉬도록 옆에서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TV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시기에는 TV를 틀어놓고 운동을 시키기도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바로 그 자리를 스마트폰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마침 아이가 스마트폰을 다룰 수 있는 나이가 되기도 했거니와, 앱만 다운받으면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 적당한 콘텐츠를 확보할 있는데다 심지어 사이즈마저도 딱 적당하고 여기저기 자리를 옮기더라도 쉽게 옮길 수 있는 이동성까지… 아이의 관심을 끌기에 이보다 더 적당한 물건은 역사적으로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동안에는 단지 아이의 관심을 끄는데 사용되었던 스마트폰이 요즘은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의 치료에 활용이 되고 있다. 종류와 내용이 다양한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라는 것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것을 매우 쉽게 다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주언이가 운동할 때 이용하는 앱 중 하나는 일종의 만보기 같은 것으로, 아이의 자세를 일정하게 유지시킨 상태에서 아이로 하여금 스마트폰을 흔들게 하면 흔드는 횟수가 카운팅되는 프로그램이다.

주언이처럼 아이가 도전의식만 있다면 그것을 자극하여 일정한 목표를 정해두고 운동시키기에 꽤 좋은 앱인 것 같다. 물론 자신의 컨디션이 나쁘면 전혀 안 하려고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거의 탈진 직전까지 열심히 흔들어서 꼭 목표에 도달하려고 하는 기특한 모습을 보인다.

또다른 앱은 몸의 밸런스를 체크해 주는 앱인데, 아이를 세워둔 상태에서 몸에다 부착시키고 몸의 균형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앱을 어떻게 주언이의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시던 치료선생님께서 심지어 유료로 다운받으셨다고 한다.

물리치료 시간, 아이가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이은희

세상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참 자주 하고 또 듣는다. 그런데 세상에 태어난 지 불과 3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 아이 치료시간의 모습이 바뀌는 것을 보니 새삼 격세지감을 느낀다.

기왕에 인간을 이롭게 하고자 세상에 나온 물건들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인간의 소용에 닿아주면 좋은 법. 생각지도 못하게 치료에 활용되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잠깐 들었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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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칼럼리스트
주언이가 보통 아이처럼 건강했으면 결코 알지 못했을 사회의 여러 구석들과 만나면서 아이 덕분에 또 하나의 새로운 인생을 얻은 엄마 이은희. 가족들과 함께 낯선 땅 영국에서 제3의 인생을 펼쳐가고 있는데...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좌충우돌 일상사를, 영국에서 보내온 그녀의 편지를 통해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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