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위의 보조공학

DIY 숟가락과 포크

지난 칼럼에서 1차 개조하였던 숟가락을 사용해 보았다.

숟가락의 볼이 커서 음식물이 잘 흐르지 않았고, ‘ㅅ'자로 휘어진 각도에 의해 숟가락 볼이 입으로 오는 방향은 맞았다. 그러나 손잡이 길이가 짧고 굵기가 가늘어 소근육운동과 협응운동이 원활하지 않은 필자의 손에서 빠져 나가 불편하였다.

다시 2차 수정에 들어갔다. 필요한 길이만큼 쇠파이프를 잘라 두드려 납작하게 한 후, 숟가락 손잡이 끝을 끼워 연장하였다. 손잡이의 그립(grip)감을 높이기 위해 대나무를 깎아 덧대고 손에서 쉽게 미끄러지지 않도록 사다리꼴 모양으로 디자인하였다.

2차 수정한 숟가락을 사용하여 보니 밥을 입으로 가져오는 것이 좀 더 편하였다. 그러나 3개월 정도 사용해보니 쇠파이프 이음새 부분에 이물질이 끼고 무거운 감이 있었고, 대나무 손잡이 부분이 습기에 의한 손상과 고정을 위해 사용된 나사못이 녹슬었다.

위의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 디자인과 재질 문제를 고민하다, 어머니가 사용하시는 국자 중 손잡이가 긴 타원형(그림1-2)으로 둥글고 도톰하여 손에 쥐기 좋고, 아치형으로 약간 굽어 있어 그립감이 좋은 것이 눈에 띄어 이용하기로 했다.

쇠파이프와 대나무 손잡이는 잘라내고, 그림1-1과 같이 국자의 손잡이를 잘라 ‘ㅅ'자 각도를 유지하며 숟가락에 이어 붙였다. 3차 수정 후 숟가락의 손잡이는 그립감이 좋아졌고, 쇠파이프에 비해 가벼운 스테인리스로 전체 무게를 줄일 수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볼이 손잡이보다 무게감이 있어 전체적으로 긴 숟가락의 무게추 역할을 하여 숟가락을 들었을 때 안정감이 있어 음식물을 덜 흘리게 되었다.

숟가락을 개조한 것과 같이 포크도(그림1-3) 국자 손잡이를 이용해 길이를 늘이고 손잡이를 두껍게 하였다.

숟가락에서는 볼의 수평을 유지하며 입으로 가져오는 동작이 어려운 것을 감안하여 손잡이 자체에 각도를 넣어 수평을 유지하며 입으로 가져올 수 있게 한 반면, 포크는 수평을 유지할 필요 없이 음식물을 집어 올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각도를 넣지 않아도 되었다.

잡기 쉬운 젓가락

포크로는 면 종류의 음식을 먹기는 좋으나 반찬을 집어 먹는 것이 어려웠다. 필자는 팔의 경직과 손의 떨림이 있어 음식을 집어 입으로 가져오는 도중에 흔들려서 포크 날에 집혀 있던 반찬들이 떨어져 나가기 일쑤였다. 그래서 식사 보조기로 나와 있는 제품들을 살펴보다가 집게형태의 잡기 쉬운 젓가락을 찾게 되었다.

필자는 소근육운동이 원활하지 않아 젓가락을 집는 것이나 엄지, 검지, 중지에 젓가락을 끼우는 섬세한 동작이 어렵다,

잡기 쉬운 젓가락은 손에 쥐거나 오므리는 것이 용이하고, 스프링에 의해 젓가락을 벌리는 동작을 유도해 주어 필자의 손동작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사진2-2와 같이 쥐고 사용하는데 경직으로 인해 강하게 쥘 때 젓가락 끝이 서로 어긋날 수 있는데 손잡이 중간의 돌기가 젓가락이 어긋나는 것을 방지해 주었다.

잡기 쉬운 젓가락은 엄지, 검지, 중지로 자연스럽게 쥘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 되어 있으며, 손잡이 부분에 내장되어 있는 스프링 장치에 의해 젓가락을 오므린 후 벌리는 것이 원활하다.

양손 사용자용과 오른손 또는 왼손의 한손 사용자용이 따로 있다.

양손 사용자용 젓가락은 좌/우 손잡이의 디자인이 같아 좌 우 어느 손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손잡이의 대나무 젓가락 스틱이 끼워지는 부분에 와이어 잠금장치가 있는데, 이것을 풀어 별도로 포함되어 있는 리필용 젓가락을 교체 할 수 있다.

그리고 양쪽 손잡이가 맞닿는 안쪽 부위에 서로 맞물리는 돌기가 있어 스틱을 오므렸을 때 서로 어긋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젓가락 끝이 맞닿는 부분은 둥글게 되어 있다.

한손 사용자용은 기본적으로 양손 사용자용과 같은 기능이며, 다른 점은 한손 사용자용은 오른손 또는 왼손의 검지와 중지를 올려놓는 손잡이의 디자인이 각각 정해져 있다.

그리고 한손 사용자용은 음식을 집는 부분의 안쪽이 납작하게 되어 있어 미끄럽거나 둥근 음식물도 잘 집을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와이어 잠금장치는 없다.

개조한 숟가락과 포크를 사용해서 밥을 먹게 되었을 때 이제 집을 나서도 굻지 않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먹여주는 것도 편하지만, 활동보조인이 없을 때나 보호자의 병환으로 케어를 받는 것이 어려울 경우, 음식점에서 배달시켜 먹거나 사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먹여주는 대로 먹는 것이 아니라, 먹고 싶은 것을 골라서 먹고, 짜고 싱거운 것을 조절하여 먹고,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는 만족감을 느꼈다.

또는 먹여 주는 사람의 사정여하에 따라서 빨리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케어 하는 사람의 심리상태(기분)에 따라 받아먹는 것이 불편할 수 있는데 스스로 먹게 되면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도 있다.

스스로 먹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동작들이어서 밥을 먹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수저로 뜰 수 있는 음식이 사방으로 날아다니기 일쑤였고 젓가락으로는 음식물을 충분히 집어 올리지 못하고 작고 둥근 음식물을 집기 어려웠다. 식사 동작이 어려워 몇 숟갈 뜨고 나면 몸이 땀으로 젖었으며 먹는 것에 비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었다.

개조된 숟가락, 잡기 쉬운 젓가락 사용

필자의 목표는 일반적으로 1시간 정도의 식사시간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한 시간 내에 흘리면서 먹더라도 반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되는 것이었다.

개조한 숟가락과 포크, 그리고 구입한 젓가락을 이용하여 식사 훈련을 하였다. 대략 열흘 정도를 연습하면서 먹고 나니 필자의 장애특성에 맞추어 숟가락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어 1/3은 흘리지만 2/3는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개조된 포크 사용

젓가락 사용을 훈련하기 위해 옥수수 뻥튀기를 큰 바가지에 담아 집어 먹는 것을 연습하였다. 처음에는 집는 것이 어려웠지만 이틀 동안에 한 바가지 이상을 집어 먹는 연습을 하고 나니 훨씬 수월하게 젓가락질을 하게 되었다.

구불구불 숟가락들

그 밖에 장애특성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식사보조기기의 특징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일전에 필자가 다녀온 서울보조공학서비스센터와 몇 해 전 견학갔었던 성남시 고령친화종합체험관에서 촬영해 온 자료들을 바탕으로 식사보조기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다양한 식사보조기기(숟가락 및 포크) ⓒ이평호

3-1은 굽은 숟가락으로 손목의 스냅이 원활하지 않을 때 사용되며, 손잡이는 뒤쪽은 마름모꼴이고 앞쪽은 사각꼴의 타원형이다. 전체적으로 숟가락의 길이는 짧으며 숟가락 겸용 포크 두 가지의 제품이 있다.

3-2는 구부릴 수 있는 숟가락으로 사용자가 장애특성에 맞추어 원하는 각도로 구부릴 수 있다. 타원형의 굵은 손잡이는 소근육 운동이나 협응운동이 어려운 장애인이 쥐기 용이하다.

3-3은 스테인리스 재질로 가볍고 굽은 형태의 포크이다. 손잡이는 둥근 타원형으로 손잡이의 앞쪽이 둥글고 밑으로 갈수록 가늘어 진다. 위와 마찬가지로 숟가락과 포크가 있다.

3-4의 숟가락의 손잡이가 수평일 때 볼이 좌/우 회전에 의한 기능으로 숟가락 볼이 수평을 유지할 수 있는 회전하는 회전숟가락다. 손의 떨림이 있는 경우에도 숟가락 볼이 수평을 유지하여 음식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준다.

3-5는 긴 알루미늄 손잡이로 숟가락이나 포크의 길이를 연장(10인치)해 주며, 꺾인 부분의 나비 모양 나사를 풀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3-6은 T 자형의 손잡이로 류머티스 관절염과 같이 손가락의 변형이 있는 경우 사용될 수 있고 숟가락은 원하는 각도로 구부릴 수 있다.

3-7은 C형의 수직 손잡이가 달린 숟가락으로 손잡이를 손바닥에 끼워 사용되며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팔과 손목의 수평과 수직 동작만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C형 손잡이는 사용자의 손 크기에 맞추어 구부릴 수 있다.

3-8은 숟가락 볼을 사용자에 맞추어 잘라서 사용할 수 있다.

3-9는 밴드형 손잡이로 사용자가 원하는 숟가락이나 포크를 꽂아서 사용할 수 있다.

3-10의 스테디 스푼은 손잡이 뒤쪽에 달린 추에 의해 숟가락 볼이 어느 위치에서도 수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손잡이를 사선 방향으로나 수직으로 세우더라도 숟가락 볼은 수평이 유지되고 음식물을 뜨는 동작과 위치에서는 고정된다. 손잡이의 밴드는 쥐기 동작이 어려운 경우 숟가락을 손에 지지하여 손잡이를 안정적으로 쥘 수 있게 해준다.

3-11은 멀티스폰지로 숟가락, 포크, 칫솔 등의 가늘거나 미끄러운 손잡이

이에 끼워 쥐기 쉽게 해준다.

3-12는 형상 기억 폴리마 스푼으로 상용자에게 맞게 손잡이형태를 변형할 수 있고 손잡이에 손을 끼워 고정성을 높인 것이다.

3-13은 와이어 모양의 합성수지로 숟가락이나 포크의 손잡이에 감아 쉽게 쥘 수 있도록 해준다. 숟가락은 매우 가벼운 재질이다.

3-14은 경량 스푼으로 가벼운 재질이며 숟가락 볼이 손잡이에서 구부러진 각도가 사선 방향을 이루어 손목의 회전이 어렵거나 목을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 사용할 수 있다(국자로 국물을 떠먹는 동작).

이 외에도 무게를 조절하여 가볍거나 무거운 제품도 있고, 뜨거운 음식을 주의하기 위해 온도를 감지하여 표시하는 제품도 있으며 장애특성을 고려하여 디자인된 다양한 식사보조기기들이 있다.

수평유지 숟가락 참조

2%가 부족한 보조기기들

그동안 필자가 직접 사용하기 위해 찾아보거나 보조공학을 공부하며 보아왔던 식사보조기기들에서 몇 가지 불편한 점들을 보았다.

숟가락이나 포크의 길이가 짧거나 숟가락 볼 또는 스포크(숟가락과 포크 겸용) 볼들이 작았고, 그릇 종류들은 턱이 낮아 음식물을 뜨는데 불편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번 자료들을 찾으며 필자는 음식 문화에 따라 식기류의 기능이나 디자인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수입되는 제품들의 경우 숟가락의 볼 크기가 작고 길이가 짧은 것들이 많은데, 이는 우리나라와 같이 국물을 많이 먹는 문화가 아니고, 음식 재료들을 볶거나 잘게 썰어 먹는 문화 때문이라고 추측도 해본다.

아직 국내에서 제조되는 식사보조기기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에 밥을 말아 먹거나 찌개 등 국물 음식이 많아 숟가락의 볼이 커야 되고 손잡이의 길이도 길어야 한다고 보아진다.

외국의 보조기기들은 그 나라의 생활환경이나 장애인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제조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장애인 보조기기의 대부분을 생산하지 못하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들이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상 생활환경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수입 보조기기들은 국내 장애인의 특성이나 생활환경과 맞지 않아 사용하기 어렵고, 사용한다하여도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것이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하거나 취업이나 사회활동에 참여하는데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숟가락, 젓가락, 포크 구입 3년 걸려...??

현재 장애인 보조기구 교부사업에서 식사보조기구는 내구연한이 1년이며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중증의 지체, 뇌병변장애인 대상으로 5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교부 내용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예를 들어 사진3-1의 구부러진 숟가락의 실제 구매 가격이 43,000원이고 필자가 사용하는 잡기 쉬운 젓가락이 4만원~5만원인 것을 감안해 볼 때, 한 해는 숟가락, 다음 해에 포크, 그 다음 해에나 젓가락을 사서 3년 만에 모두 구입하여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또한 차상위계층 이내에 들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은 지원을 받지도 못하고 먹여주는대로 먹어야 한다.

차라리 생색내기 식의 지원보다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보조기기를 직접 국내 생산하고 보조공학산업의 육성을 통해 제조하여 장애인들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해결 방법이 된다고 생각한다.

성남시 고령친화종합체험관에 전시되어 있는 식사보조기기들 참조.

뚝딱뚝딱, 내게 맞는 숟가락을 만들어요

서울보조공학서비스센터(고덕동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소재)는 식기류를 개인별 장애상태나 욕구에 맞추어 저렴하게 맞춤개조 및 제작해 준다.

주로 숟가락, 포크 또는 요리 기구를 개조하며, 거주 지역 제한 없이 서비스가 가능하고 재료비 정도의 비용만 부담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개조할 숟가락을 가져가면 개조에 따른 재료비만 지불하면 되는데, 재료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 1만원 안팎의 비용이면 된다. 서울시 거주 장애인의 경우 재료비도 지원 받아 무료인 셈이다.(연락처 02-440-5891~5)

아래 사진의 보조기기는 서울보조공학서비스센터에서 맞춤개조 및 제작된 사례의 시제품들로 실제 장애특성에 맞추어 개조·제작된 것들이다.

장애특성을 고려하여 개조 및 제작된 식사보조기기. ⓒ이평호

4-1의 숟가락과 스포크는 손잡이의 크기나 모양 또는 숟가락의 휘는 각도 등을 장애특성에 맞추어 개조한 것들이다.

4-2의 숟가락 손잡이는 쥐기 용이하도록 반원형태의 손잡이가 덧대어진 것이고 재질의 종류에 따라 무게가 조절된 것이다.

흰색 손잡이의 재질은 가볍고, 연한 살구색의 손잡이 재질은 무거운 것을 사용하여 사용자의 장애특성을 고려하여 적용한다.

4-3의 손잡이는 사용자의 장애특성에 따라 손잡이의 굵기와 무게가 다양하게 개조된 것이다.

4-4의 국자 손잡이는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는 장애특성을 고려하여 손에 끼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된 것이다. 이 사례자의 경우 칼의 손잡이도 유사한 방식으로 개조하였다.

장애특성에 맞추어 개조 및 판매되는 식사보조기기

올바른 보조기기의 선택과 사용이 장애인에게 있어서 중요한데, 이는 일상생활에서의 재활훈련을 유도하며 장애의 2차 장애를 예방할 수 있고, 현재 가지고 있는 잔존능력을 최대한 사용하고 향상시키 때문이다.

마현정 작업치료사 인터뷰

다음 칼럼에서는 식사보조기기 중 그릇과 컵 종류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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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호 칼럼리스트
나사렛대학교에서 재활공학을 전공했으며, 보조공학기기 개발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지내오면서 주변의 친구들이나 아는 장애인들이 보조공학기기 관련 정보와 사용하고 있는 보조기구의 관리 요령들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며 늘 남의 일 같지 않았다.장애인당사자로서 사용하고 체험한 기기들에 대한 소개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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