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버스 운행 방식 개편과 함께 도입되기 시작한 저상버스는 8년이 지난 올해에도 변함없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간선(파란색) 버스 위주로 부분적으로 도입돼 있는 저상버스는 여전히 보기 힘들고, “ 나 바쁘니까 다음 차 타세요” 라거나, 못 본 척 지나가는 기사들로 인해 승차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장애인계에서는 서울 시내에서 운행되는 모든 버스가 저상 버스로 운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과연 서울 시내에서 운행되는 모든 버스가 휠체어 이용이 가능해지면 지금보다 더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까?

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한 번 정지 신호에 멈추게 되면 몇 분의 시간이 걸리는 사거리 신호등에 황색 신호가 들어왔을 때, “이 신호 놓지면 배차 간격이 더 벌어진다” 며 속도를 높이고 경적을 울리며 통과하거나, 앞서 가는 차량 때문에 신호에 걸려 차가 움직이지 못할 때 얼마나 화를 내는지를 말이다.

그 속에는 휠체어 장애인을 태워야 할 저상버스도 있다. 다른 승객들에 비해 승하차에 좀 더 시간이 걸리지만, 몇 센티미터의 턱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까지도 느낄 수 있는 이들이기에 좀 더 안전한 탑승을 위해 도움을 줘야 하지만, 성숙되지 않은 기사들의 인식과, 다른 버스와 동일한 시간에 출발지에서 종점까지 운행해야 하는 한계때문에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수능 시험을 치러야 하는 장애인 수험생을 일반 학생들과 동일한 학교나 조건에서 시험을 보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휠체어를 이용하는 수험생은, 시험장의 접근성 때문에 시험을 포기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의 경우에도 대필이나 문제지 확대 등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해 비장애인들의 그 것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버스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저상버스가 운행되고 있는 상태에서는 결국 버스기사의 마음에 따라 오래 기다리거나, 혹은 바로 탑승하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왜 휠체어 장애인에 맞게 운행되는 버스가, 기사에 따라 대기 시간에서 차이를 보여야 하는가.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운행하기보다, 노선별로 동일한 비율의 버스를 운행하고, 운행 시간 역시 다른 버스들에 비해 좀 더 보장하여, 이용자들이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와 함께 정류소의 턱이나, 신문 배포대 혹은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된 화단 등을 제거하여 보다 휠체어의 이용이 쉬운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2시간 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대기시간이 1시간을 넘기 일쑤인 장애인 콜택시보다 20-30분 간격이라도 이용할 수 있는 버스가 편리하다는 것은 장애인들 역시 알고 있는 것이다.

“당신들을 위해 저상버스를 도입했는데 왜 이용을 하지 않느냐” 는 말 대신, 왜 버스보다 콜택시를 이용하고 있는지를 살펴 보았으면 한다.

지금과 같이 버스의 탑승을 “운” 에만 맡겨야 하고, 그나마 서울시에서 운행하는 좌석버스 중, 휠체어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차량이 단 1대도 없는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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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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