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에서 거주하던 장애인들 중 최근 시설에서 독립하여 지역사회에서 살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시설에서 나가고 싶은 지의 의향을 묻는 질문 등을 실시한 결과 탈시설을 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당사자가 탈시설을 원하지 않는데 밖에서 왜 그리 탈시설을 강조하느냐며 장애인 탈시설 운동가들을 일종의 분란자로 매도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탈시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탈시설을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당장 대책이 없으니 그렇게 대답한 것이 아니냐는 것과, 시설 거주자 조사는 당사자의 직접 대면보다는 종사자가 대신 답하거나, 직접 답한다고 하더라도 종사가가 옆에 있는 상왕이라 진솔한 조사가 어렵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 관계자들은 오히려 시설에 들어오고 샆어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한다.

'탈시설'은 시설 종사자나 운영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감정적으로 계획해서는 안 된다. 내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고 살아보겠다는 결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탈시설을 계획할 경우, 당장 시설에서 나가면 주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체험홈도 있고, 전환서비스 지원센터가 제공하는 공동가정도 있다. 그러나 일단 의탁하고 보자는 식은 곤란하다. 그러한 주거시설은 임시적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 후 임대 주택을 구한다거나 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다음으로 탈시설을 지지하는 단체나 동료가 필요하다. 먼저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과 소통하면서 그 경험과 지식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권익옹호 단체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다음으로 소득보전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계획도 수립돼야 한다. 직장을 가질 것인지, 아니면 기초생활 수급자로 생활할 것인지 등등. 얼마나 소득을 가질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활동보조를 비롯한 의료 서비스나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당장 자립생활을 보조할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고, 건강 관리나 재활치료 등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연계해 제공받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 1급에게 주어지는 활동보조 서비스는 장애등급 재판정 과정에서 등급이 하락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판정 기준에 비추어 전문가 상담을 해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재활 서비스는 전문 기관에 대기자가 많아 시설에서 나오면서 바로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기초생활수급비나 장애인 연금 등은 소득 수준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므로 당장은 아무 소득이 없고 재산이 없어 수급자가 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연락조차 되지 않던 가족이 조회 전산망에 드러나 예상외로 취소될 수도 있다.

부산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한 L씨는 시설에서 나와 다행히도 임대 주택을 얻었는데, 갑자기 주민센터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취소통지서를 받았다고 한다. 15년 전에 가족이 시설에 자신을 버렸는데, 그 부모가 일정 소득이 있어 부양의무자가 있으므로 취소한다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5조에서는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는 예외로 한다"라고 하고 있는데, 위의 사례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5조의 부양을 기피하거나 거부한 경우로 실제로 부양의무자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취소에 대하여 억울한 경우가 된다.

그러나 일단 심사 대상은 수급자가 된 후 1년 후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어 부모의 부양포기 각서나 확인서를 제출한다 하더라도 1년은 수급자에서 탈락된 상태로 살아야 한다. 또한 단절된 가족에게 포기 각서를 받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이처럼 아직 제도가 모순되거나 불함리한 경우가 상당히 많아 이를 개정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하지만, 당장 본인이 피해를 입는 것이므로 현행법상의 기준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이러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담이 상당히 많은데, 이 경우 행정소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행정소송은 원래 가처분을 거의 내리지 않기 때문에 매우 불리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도입한 이의신청 제도를 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급의 신청이나 수급비의 변경 신청시 결과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조문이 만들어져 있어 이미 수급자로 생활하다가 느닷없이 조사에 의해 중도에 취소되는 경우는 신청한 것이 아니므로 이의 신청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재심사 기간이 60일 이내이기에 그 것을 기다리다가는 굶어 죽기 십상이다. 정부의 법해석이 직권에 의한 이의신청을 배제하고 신청자의 행위를 전제로 이의 신청권을 인정하는 것은 너무나 과도한 해석임이 틀림없으나 현실이 그러하다. 이는 후일 반드시 개정해야 할 조항이다.

단 몇 일의 여행을 떠나도 여러 가지 준비를 철저히 한다. 위에서 탈시설 준비와 주의사항에 미리 먹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않아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시설에서 나오면 이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기거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을 미리 알아야 하기에 준비를 철저히 하자는 것이다.

지금 시설에 있으면서 탈시설을 꿈꾼다면 몇 달 전부터, 아니 몇 년을 두고 미리 준비하여 시설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황당한 일을 겪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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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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