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장애인 관련법을 제정하는 움직임만 있어도 경기를 한다. 장애인연금법을 만들 당시 장애인연금법으로 명명하려고 하자, 그렇게 되면 모든 장애인이 서비스를 요구하는 근거가 된다며 반대했다.

하위법에서 대상을 정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에 나중에 대상을 확대하자는 요구가 있을지 모르므로 법명을 중증으로 하고, 대상도 법에서 아예 못을 박자고 고집을 부렸다.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장애인에게는 틈만 주면 예산을 더 달라고 하니 원천봉쇄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억압이다. 총선을 앞두고 복지를 내세우면서 정부는 장애인만 만만한가 보다.

기획재정부가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적대적이고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는 국민의 인기나 관심사인 복지 예산은 기획적으로 늘리면서 장애인 예산 확충에는 얼마나 손을 떨며 주저하는지를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국회에서 장애인의 연금을 단계적으로 늘리자는 부대결의를 하고, 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하자, 기획재정부는 법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 것이 바로 국가재정법 시행령의 개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해 11월 11일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고, 12월 30일 개정했으며, 오는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개정된 국가재정법 시행령 내용은 1999년부터 예산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오던 것을 2008년 개정에서는 장애인 복지 예산은 제외했는데, 객관적 타당성 검증을 위해 장애인 복지예산도 타당성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11월 24일 '경제적 논리로 국민의 권리 저울질 말라'는 반대 성명을 냈고, 다음날 이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국가재정법 시행령 입법예고안 즉각 철회하라-복지사업은 인간다운 삶을 측정할 수 있는 조사로 이루어져야'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제목들에서 보면, 한 단체는 무조건 반대를, 다른 단체는 경제적 논리가 아닌 다른 틀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이다.

개정 내용을 보면, 법 제13조 2항 8호를 삭제했는데, 그 내용은 '기초생활 수급자, 장애인 등 수혜자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현물 급여 지급 등 단순 소득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제외 대상에서 취소한 것이다.

이는 장애인 예산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잣대로, 예산 증액을 막고 오히려 후퇴하자는 것이다.

이 법은 해석하는 기획재정부만 아는 법이다. 시행령 13조 1항에서 조사 대상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건설공사가 포함된 사업

2. 「국가정보화 기본법」 제15조제1항에 따른 정보화 사업

3.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에 따른 국가연구개발사업

4. 그 밖에 사회복지, 보건, 교육, 노동, 문화 및 관광, 환경 보호, 농림해양수산, 산업ㆍ중소기업 분야의 사업이다.

그리고 제2항에서 조사 제외 대상은 다음과 같다.

1. 공공청사, 교정시설, 초ㆍ중등 교육시설의 신ㆍ증축 사업

2. 문화재 복원사업

3. 국가안보에 관계되거나 보안을 요하는 국방 관련 사업

4. 남북교류협력에 관계되거나 국가 간 협약ㆍ조약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

5. 도로 유지보수, 노후 상수도 개량 등 기존 시설의 효용 증진을 위한 단순개량 및 유지보수사업

6. 재해예방ㆍ복구 지원, 시설 안전성 확보, 보건ㆍ식품 안전 문제 등으로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

7. 법령에 따라 설치하거나 추진하여야 하는 사업

8. 삭제<2011.12.30>)

9. 출연ㆍ보조기관의 인건비 및 경상비 지원, 융자 사업 등과 같이 예비타당성조사의 실익이 없는 사업

10.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ㆍ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하여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서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사업 등이다.

이 것을 자세히 보면, 복지사업은 대상이고, 법률에 따라 설치하거나 추진하는 사업은 제외 대상이다.

그러면 장애인연금이나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법률에 의한 예산은 법에 의한 것이므로 제외일까? 조사 대상에서 보면 정보화기본법이나 과학기술기본법에 의한 사업이 포함되어 있으니 법으로 추진한다고 제외되는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제외 대상에서 삭제된 것은 오로지 8호로서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관련 예산만 손질했다.

단순 소득이전 목적사업으로 분류돼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은 사업은 차상위계층 양곡할인지원(6,726억 원), 지적장애인 재활치료지원(2,561억 원), 근로소득장려금(1,911억 원), 중증장애인연금(1조3,598억 원),장애인장기요양보험제도(9,753억 원) 등 6개다. 조사 대상은 총액 500억 이상으로 정부지원금 300억원 이상이 되는 사업으로, 그 금액은 중장기계획에 의한 것으로 5년간의 예산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장기요양은 활동보조 서비스 예산을 말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며, "몇몇 복지사업의 경우 지급대상을 잘못 설계하거나 사업이 중복돼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가 있었다", "적절한 서비스 수준과 지원대상을 결정하는 과정에 전문가들이 참석하도록 하자는 의미"다 라고 해 잘못 설계된 것과 중복된 것, 예산 낭비된 것을 찾겠다는 뜻으로, 삭감을 할 것이니 증액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다.

사업에 관한 법이 있어도 법대로 추진하지 말고 심판을 받으라는 것이니 기획재정부는 법 위에 존재하는 지존이고, 국가재정법시행령 안에서도 서로 맞지 않으니 국민은 알 필요 없이 해석하는 대로 따르라는 것이다.

지금 주는 현물 서비스가 너무나 미흡한 시점에서 그러한 국민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은 조금도 없고, 병아리 눈물만큼 주는 것조차 경제적 효과가 없으면 없애자고 하니 한심함을 넘어 적개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타당성 조사는 타당성이 없고, 법률 간 모순으로도 타당성이 없고, 기재부도 타당성이 없으니 타당성 검증은 기재부가 받아야 할 것이다.

심학규가 눈을 뜨기 위해 심청이를 판 것이 아니라 부양가족이 있으면 수급자에서 탈락하기에 팔 수밖에 없었던 것을, 국가에서 주는 소득보전 지원으로는 살 수 없어 심청이를 팔 수밖에 없었던 것을 기재부만 모르고 있단 말인가.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에게 수급비 수준으로 월급을 주어 그 수준으로 살기에 적합한지 타당성을 검증을 하는 것이 오히려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대통령과 국민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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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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