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은 가정에서 보호되지 못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그리고 시설의 종사자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배우면서 사회에 봉사하고 희생하며 살고자하는 사명감에서 직업으로 택한 사람들이다.

특히 설립자는 혼자 배불리 먹고 잘 살 수 있는 자산을 사회에 내어 놓은 훌륭한 사람이다.

그런데 왜 시설에서 인권침해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

시설에 거주하는 이용자들이 종사자에 대한 존경심은 커녕 경멸과 저주를 할 정도로 미워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필자가 대학 4학년이 되었을 때, 평소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학교의 아이들에게 너희 학교에 교생실습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자, 한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었다. 나는 환영해 줄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아이는 다음 날 자퇴를 하고 고향으로 가 버렸다.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4년간이나 봉사활동을 한 어느 시설에 취직을 하려고 원생들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한 아이가 그렇게 되면 자신은 가출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당시 그 아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러 차례 두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으나, 그 것도 모르는 자격없는 사람 취급만 받았다. 나의 열성을 왜 물라주는지 섭섭했다.

시설이나 특수학교는 다른 기관으로 이동하는 직원이 거의 없다. 이용자들과 24시간을 같이 보내고, 거의 한 평생을 같이 보낸다. 외부의 방문자도 거의 없고, 한 가족처럼 된다.

남녀 사이를 살펴보면, 처음에는 서로 예를 갖추고 호감과 호기심으로 만나 서로 위해주는 마음으로 사귀게 된다. 그러다가 서로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위해주는 마음보다 나에 대해 알아주기를 바라며 자주 싸우게 된다. 그리고 만만하게 여기고 심지어 무시하기까지 한다. 처음에는 모든 일의 최우선이 되지만, 나중에는 최후순위가 된다.

한 시설에서 수십년씩 근무하면서 사람들은 타성에 젖게 된다. 그러면서 감수성은 둔화된다. 시설에 있는 사람이 악의를 가지고 종사하고자 동기를 갖게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혹여 시설을 설립하면 대대로 망하지 않는 사업이고, 이를 국가가 보장한다는 것을 이용할 악의를 가진 사람이 시설을 만들거나, 혹은 본인의 덕을 과시하기 위해 시설을 설립하는 사람은 거의 있을 수 없다. 그런 사람이면 계산이 앞서 도중에 그만두기 마련이다.

시설 종사자 중에서도 세상과 등지고 은둔하고 싶어서,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취직자리로만 생각하고 종사자가 되는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 또한 지속적일 수는 없다.

만약 있다면 그야말로 극히 비정상적인 일부 일 것이다. 그런데도 시설에서의 인권침해는 만연된 것이다. 따라서 시설의 인권침해 원인은 바로 장기 근무로 인한 태만과 무감각화라 말할 수 있다.

법대와 의대에 입학하는 당시 학생들에게 지망 동기를 물어보면, 사회정의와 약자 보호를 위해 법대에 들어왔다고 말한다. 질병으로부터 고통받는 인류를 위해 봉사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법대를 나온 사람들 중 상당수는 수임료에만 관심이 있고 가진 자의 편에서 돈과 권력을 따라간다.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에게도 치료비를 치를 능력이 없는 사람은 환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들이 이렇게 변하는 것을 개인 탓으로만 여길 수 잇는가. 이들을 변하게 하는 교육과 사회가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초심은 철없는 순진한 생각으로 추억으로 간직해야 할 것이고, 본성은 초기의 동기가 아닌 차후의 행동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가.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초심은 처음의 동기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개구리는 결코 올챙이로 돌아갈 수 없다.

여러분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기억의 수준이 아닌 그 때의 감정을 재생산해낼 수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초심으로 인권을 재무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울시는 시설의 인권감시와 인권보장 대책으로 시설에서 단 한 번이라도 인권적 사건이 발견되면 바로 아웃시킨다는 발표를 하였다.

거꾸로 만약 시장이 한 가지라도 잘못하면 바로 아웃시키겠다고 하면 과연 수용할 수 있겠는가.

인권은 그러한 강압적 감독으로 절대 해결되지 못한다. 단 한 번의 잘못으로 아웃된다면 원장인지, 시설인지, 종사자인지 불명확하지만 시설에 종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나 심한 협박으로 반감을 느낄 것이다.

시설은 인권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러한 것을 감시하고 시설에서 벗어나도록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직원들이 타성에 젖지 않도록, 태만하지 않도록, 감성이 무뎌지지 않도록 재교육하고 각인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필자도 젊은 혈기에 열정을 가지고 종사하겠다고 동기를 가졌지만, 동료에게 왕따가 되지 않으려면 적응을 해야 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집단적 분위기에 젖어 변해가는 모습을 결코 보지 않으려 했던 두 아이의 목소리가 지금도 내 귓가에 남아 있다.

타성에 의해 인권침해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시설의 개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약자를 위하겠다는 마음이 얕잡아보는 태도로 변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강압적 지도는 오히려 문제를 철저히 은폐시킬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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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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