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의료법에서 원격진료는 불법이다. 2003년 의료법을 개정해 의사와 의사간 자문을 위한 원격진료는 허용해 여러 가지 시범사업을 해 왔으나, 의사와 환자간의 원격 의료행위에 대한 규정은 없다.

규정이 없으면 일반적으로는 해도 되는 것으로 해석되며, 하지 말라고 정하지 않은 이상 해도 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의료법에서는 제33조에서 의료기관 내에서만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고 있고, 응급환자나 환자 또는 보호자의 요청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료기관을 벗어난 의료행위를 원천적으로 금하고 있기 때문에 원격진료는 불법이 된다.

2009년과 2010년 국회에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개정안이 심의됐으나, 대형 병원의 독점화와 지역 병원의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원격진료를 위한 개정은 물거품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의료 선진국을 표방하고 있고, 의료시장 개방까지 준비하고 있는 마당에 후진국 어디에서도 금하지 않은 원격진료를 한국만이 금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왜 건강보험공단이 적자를 내고 있는가? 노령인구가 많아져서 병원가는 일이 잦아서 그런 것인가, 보험료를 너무 낮게 책정해 수입이 적기 때문인가, 의료기관에 과도한 수익을 주기 때문인가, 의료 서비스의 남용 때문인가, 서비스가 너무 많이 확대됐기 때문인가를 고려해 보면 그 어디에서도 대답을 찾기가 어렵다.

보험관리 경직성 인건비가 과대하기도 하고, 서비스는 그 적용 범위가 극히 제한돼 있고, 보험료 부담은 결코 적지 않다.

대형병원의 집중화는 의료에 대한 불신을 잘 나태내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강제적 수단인 전달체계의 개선도, 대형병원으로 바로 오는 경우의 자부담 인상적용도 그러한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다.

건강보험의 적자를 수익구조 개선이나 시스템 변화로 개선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료적 불안과 불만족을 해소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원격진료이다. 국민 주치의제도를 실시하고, 초진이나 내원이 필요한 사안에 대하여는 내원하게 하지만, 예후를 보거나 사후 처방의 경우, 가벼운 치료를 요하는 경우 등은 원격진료로 환자의 이동과 대기의 부담 및 진료비 부담을 줄여주고, 의사의 진료 편리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만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

왜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찾고 있으며, 외국 의사들의 일일 환자 응대가 30명 내외인데 비해 한국 의사들의 일일 환자 응대는 300명이나 되는지, 왜 환자들은 예약을 하고 하루 종일 병원 복도에서 대기해야 하는지, 그 근본 해결책을 내어 놓지 않고서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광고를 금하고, 적극적 영업활동을 금해 병원을 수익사업이 아닌 비영리공익사업으로 정하면서도 고급화된 서비스의 최대 이윤 추구는 허용하는 제도가 지역의원의 적자를 조장하는 것이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재산을 강제 집행당하고 가정이 파탄되는 현실, 서비스에는 과도한 경비를 사용하면서도 효과는 없는 의료 권력의 형태가 국민의 생활과 국가 재정을 파탄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장애인의 병원 접근성을 조사한 바가 있다. 그런데 병원의 편의시설이 너무나 열약해 접근성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와 그 연구 자료를 발표하지 못하고 묻어야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장애인복지진흥회가 장애인 단체와 공동으로 많은 장애인을 동원해 조사한 결과가 어딘가의 입김에 의해 발표조차도 못한 것이다.

장애인이 감기에 걸리면 찾아야 하는 동네 병원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에 위치해 갈 수가 없다. 그런데도 대학병원에 가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정부에 장애인의 특수성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하자, 정부가 감기 정도는 참아도 된단다.

이동성이 불편한 장애인이 제 때에 진료를 통해 건강을 관리받고, 만성질환이나 비만 등의 많은 의료 서비스를 포기하지 않으며, 장애를 경감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한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반드시 원격진료가 허용돼야 한다.

내부장애까지 장애범주가 확대된 지금 의료 서비스는 매우 중요하며, 내부 장애의 경우 얼마나 병원에 자주 갔는가를 장애판정의 기준으로 삼기까지 하면서 접근성은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원격진료는 전국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공간적 초월성을 가지므로, 이 또한 동네 병원의 적자 운영을 초래할 수 있어 금한다면, 원격진료는 동네 병원만 하게 하거나 주치의 담당제를 실시하면 될 것이다.

언제까지 적자를 고민하며 특정 병원을 보호해 동네 병원들이 영원히 경쟁력을 갖지 못하게 할 것인가.

독감 예방이나 각종 에방접종에서 장애인도 노인이나 취약계층의 우선 서비스 대상에 항상 포함시켜 주기를 바라는 건의에 대해 정부는 장애인은 건강 취약계층이 아니라고 한다.

장애인이기에 만성 질환을 갖고 있기도 하고, 장애인이기에 면역성이 약화돼 있으며, 장애인으로서 운동이 부족해 건강악화에 노출돼 있으며, 장애인이기에 경제적 부담으로 병원을 찾지 못해 건강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감안해 진정 국민의 건강을 국가가 관리하고자 한다면 항상 장애문제를 포함해 고민해야 하며, 장애인을 위한 원격진료를 허용해야 한다.

장애인실태조사에서 가장 우선 순위가 의료 서비스라고 하면서, 장애인 콜택시에서도 병원을 최우선 처리 사항이라 하면서도 장애인 건강 문제의 원천적 해결책은 외면하고 있다.

국가 예산을 정할 때 국회에서는 연금과 건강보험료를 포함해 예산을 정하고 있고, 국민복지 예산을 말할 때도 ‘복지 예산 90조’ 등과 같이 규모를 강조하면서 사실상 보험료 성격의 예산을 포함하면서도 실제적으로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외면하고 의료적 후진성을 답습하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

장애인의 비만 등 건강관리가 필요함이 지난 해 서울대학교와 암센터의 연구 논문에서 강조된 이래 정부가 장애인 건강관리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보편적 서비스가 요구되는 프로그램을 시범사업으로 시행해 서비스 종류만 늘리고 구색만 갖추려 하지 말고 진정 보편적으로 누구나 혜택을 누리도록 시행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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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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