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는 처음에 도입할 당시 바닥이 낮아 운행에 어려움이 많아 부분적으로만 도입할 수 있다고 서울시가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운행하면서 그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계획대로 저상버스가 도입되지 않고 도입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서울시는 버스는 개인회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강제로 늘릴 수가 없다고도 하고, 저상버스에는 승객을 많이 태우지 못하고, 관리하기가 어렵고, 장애인이 승하차시 다치면 기사가 책임을 져야 하므로 부담으로 느껴 기피하므로 계획대로 늘리기가 어렵다라고도 말한 바 있다.

저상버스에 대해 가장 먼저 계획을 발표한 사람은 유시민 전 장관이다. 유 전 장관은 장관 시절 2013년까지 전국 버스의 50%를 저상버스로 도입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유 전 장관은 당시 자신이 2013년까지 장관을 계속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옮겨서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마치 이명박의 747처럼 그저 기분 좋으라고 해 본 말인지도 모르겠다.

서울시 당국에 지금에 와서 계획대로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장애인이 별로 이용하지 않는데 어떻게 더 늘리느냐고 항변한다.

장애인들에게 왜 저상버스를 이용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저상버스를 이용하려면 저상버스 승하차장까지 집에서 이동해야 하고, 또 하차 지점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가자니 이동이 불편한데 일부 구간만 이용이 가능하므로 불편하기가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또, 특정 노선만 운행하므로 자신의 목적지까지 이용할 수 없거나 연계가 원활하지 않아서라고 말하기도 하고, 운행 시간 간격이 너무 커서 대중 교통으로 이동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 이용이 어렵다고도 말한다.

이를 종합해 보면, 판매하는 물건이라면 사고자 하는 사람은 많고 파는 물건은 적다보면 서로 구입하려고 경쟁하다 가격이 올라가기도 하지만, 저상버스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만큼의 어느 정도 운행 대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이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용과밀 해소를 위해 증차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일정 수준까지 증차해야 이용한다는 말이 된다. 일정 수준의 대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운행대수가 적다고 만원버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현재 서울시에 운행되는 저상버스는 1,757대이다. 서울시 버스 7,126대의 24.6%이다. 지난 해 저상버스 도입 예산은 370대분이었으나, 203대만 도입하고 167대에 해당하는 167억 원 중 국토해양부 지원금(40%)은 불용처리하고, 서울시부담 예산은 다른 사업으로 전용했다.

1차 5개년 대중교통 계획의 마감해인 2011년까지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거 2,559대를 도입해야 하나, 오히려 있는 예산조차 전용해 장애인에 대한 대중교통 이행 의지를 의심하게 하더니, 2차 대중교통 계획에서는 2016년까지 3,685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9일 시정계획 발표에서는 2012년 운행대수 1,967대, 2013년 2,540대, 2014년까지 3,113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고, 과거 서울시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 조례 당시 부칙으로는 2013년까지 3,685대를 설치하겠다고 한 바가 있고, 서장연과의 면담이나 시정 설명 기자회견에서는 2015년까지 3,685대를 설치하겠다고 한 바도 있고, 1월 10일 한국교통장애인협회와의 면담에서는 지난 해 달성하지 못한 저상버스 도입 목표치를 2012년 추경예산에 반영해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한국교통장애인협회는 먼저 국토해양부를 방문해 지난 해 대중교통 지원금을 2012년에 서울시에 다시 사용하도록 협의를 했고, 이어 서울시를 찾아 4시간 동안이나 압박을 가하여 추경에산 배정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저상버스 50% 도입의 시기가 2015년인지, 2016년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때그때 입장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답변도 문제다.

물론 장애인 당사자들의 요구에 따른 성과임에는 분명하나, 임시 회피용으로 약속을 하는 것인지, 진정 협의 후 문서로 써 준 이행각서가 유효한 것인지, 이행 미달시 환경의 변화나 시의회 등의 핑계로 면피를 할 것인지 등 서울시에 대해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서울시는 스스로 공식 계획도, 조례도 지키지 못하는데 각서가 과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지켜볼 것이다.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 계획에서는 저상버스를 국산화하면 2억이나 하는 저상버스 가격이 절반으로 낮아져 대당 1억 원의 국가 지원이 없이도 저상버스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결국 저상버스 가격은 변화가 없었고 개발비 87억 원만 날리고 저상버스 도입 시기만 늦춘 결과를 가져왔다.

더구나 계획대로 예산을 확보하지도 못하였다.

계획이 일관되지 못하고 같은 시장임에도 여러 차례 수치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니,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이동권 보장은 언제 제대로 되며, 과연 서울시의 계획안은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 수가 없다.

어느 것이 진짜냐고 물으면 최근 발표가 맞다고 하니, 법의 효력에서 최근 법률 우선적용 원칙도 아니고 앞으로 얼마든지 최근안은 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당부컨데, 서울시는 제발 더 이상 약속만 남발하지 말고 제대로 지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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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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