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칼럼 기고를 결심한 것은 스스로 보조공학기기를 사용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나 실수, 또는 다른 사용자들의 경험들을 나누어 다른 분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보조공학기기를 사용하면서 다른 사용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 바로는 보조공학서비스 정책의 미비와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서로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이런 것들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오늘 칼럼에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장애인 전동보장구 급여품목 및 결정가격' 고시제 시행(2월)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전동보장구의 급여 품목과 가격 고시에 대해서다.

현재는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가 건강보험급여에 의해 지원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전동휠체어 무료보급 사업이 대량으로 진행된 적이 있다. 공적 급여에서 지원되지 않았던 전동보장구를 지원하는 데 의미를 두었으나 장애 유형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보급에만 초점을 두어 문제시 된 적이 있다.

필자가 처음 사용했던 전동휠체어도 2004년 전동휠체어 보급사업에 의해 지급받았다. 2004년 말에 보급된 전동휠체어는 일률적으로 한 가지의 모델을 대량 구매해 지급됐다. 그 당시 보급됐던 전동휠체어는 대략 250만원대였다.

전동휠체어가 몸에 맞지 않고 충격 완화를 위한 쇼바 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길이 기울어지거나 울퉁불퉁한 곳을 지나면 휠체어 유격이 심해 몸의 균형잡기가 어렵고 측만이 있는 쪽으로 몸이 넘어가면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도와주어야 했다. 몸이 기울어졌을 때 충격으로 척추에 통증이 생겨 거의 한 달 이상 고생한 적도 있었다.

전동보장구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의 경우 대부분 중증장애인으로 근골격계 변형이나 질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세의 불균형이 2차 장애로 연결될 위험이 있으므로 각 사용자의 장애 유형이나 특성에 맞추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전동보장구가 매우 중요하다.

당시에는 한 가지 모델만 보급되었기 때문에 같은 지역에 사는 다른 이용자들의 불편 사항을 들은 바로는 3~5개월이 지나면 낮은 턱만 지나도 충격에 의해 휠체어가 멈추거나 배터리의 급격한 감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휠체어 바퀴에 사용되는 베어링이 저가 부품이어서 바퀴 내부에서 망가져 주행시 소리가 나는 경우들도 있었다.

필자의 경우에도 베어링이 망가져 AS를 요청했지만 업체가 영세해 AS가 원활하지 않아 결국 아버지께서 청계천에서 직접 사다가 수리하기도 했다.

결국 몸에 맞지 않는 휠체어 사용으로 장애가 더 심해져 휠체어를 채 2년도 사용하지 못하고 다른 휠체어로 교체해야만 했고, 사용할 수 없어 휠체어를 교체하는 다른 장애인들도 보았다.

이후 2005년 전동휠체어 보급사업에서는 여러 업체의 제품 모델들이 제시되었고, 장애인들이 직접 시승할 수 있는 전시장을 마련해 본인에게 맞는 휠체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된 적이 있다.

2004년 보급사업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동휠체어의 내구성 시험이나 외부충격, 배터리 효율성 시험 등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 품목들이 선정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장애인 전동보장구 급여품목 및 결정가격'고시는 지난 해 전동휠체어 판매 업체의 대다수가 턱없이 낮은 원가와 품질이 낮은 전동보장구를 판매해 원가 대비 2배 이상의 폭리를 취하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추진된 것이라 생각된다.

국내 전동보장구의 유통이 대부분 수입 제품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장애인 전동보장구 급여품목 및 결정가격 고시제' 시행은 판매업체에서 부당하고 임의적으로 가격을 정하던 것을 보건복지부가 제품별로 적정한 금액을 산정한 후 고시하는 방식으로 장애인들의 안전과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되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사용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업체들의 폭리에 상한선을 두었다는 것 외에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고시된 30개 품목의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를 검토해 본 바로는 기존에 판매되던 가격과 비슷한 것으로 보여진다.

앞으로 '장애인 전동보장구 급여품목 및 결정가격'고시제를 보완한다면 전동보장구의 사용 환경에 따른 품질 테스트와 인증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

인증제를 통과한 제품이 급여 품목으로 고시된다면 사용자는 업체의 상술에 따른 피해를 염려하지 않고 본인에게 맞는 제품을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대학이나 장애인용품 성능 테스트 기관에 의해서 검증 받은 제품을 인증하고 있다. 테스트는 자동차와 비슷한데, 노면 테스트, 충격 테스트, 노면의 경사에 따른 마찰력 테스트 등이다.

노면 테스트의 경우에는 표면이 비포장도로와 같은 원형 드럼에 휠체어를 올려 내구연한 내의 주행거리를 테스트하는 것이고, 외부충격 테스트는 무거운 추를 휠체어 발판이나 외부 프레임에 떨어뜨려 몇 회까지 견디는지를 테스트한다. 노면의 경사에 따른 마찰력 테스트는 인위적인 경사로에서 휠체어가 제동이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만약 국내에서도 제품을 테스트해 위의 등급에 따른 기준을 제시한다면 업체에서는 기준에 맞는 제품을 인증받기 위해 안전도가 높은 제품을 제조 및 수입하는 방향으로 유도될 것이다.

또한 인증제를 통해 품질 기준을 제시한다면 품질에 따른 가격을 산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따라서 실제로 저가의 중국산 전동보장구가 품질 테스트과정을 거친다면 고작 60만원대의 제품이 2백만원대로 둔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급여 품목에서 전동스쿠터의 경우 실외용의 C등급으로 표시돼는 제품이 있었으나 전동휠체어의 경우에는 등급 표시가 없어 사용 환경에 따른 용도를 알 수 없었다.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를 실제 사용 환경에 따라 용도를 구분해 등급화하고 제품의 적정 가격을 제시하는 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에서는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를 사용 환경에 따라 등급을 매겨 분류한다. 일례로 유럽 모 회사의 제품은 A, B, C급으로 나뉘는데, A등급은 실내용, B등급은 실내외 겸용, C등급은 실외용으로 구분한다.

이와 같이 환경이나 용도에 따라 분류를 한다면 실내용의 경우 휠체어의 사양이 굳이 높지 않아도 되어 고가의 제품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장애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고, 용도에 맞게 내구 연한까지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노령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전동보장구의 대기 수요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노인층 사용자들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가정이나 요양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내용 A등급의 제품이 권장될 수 있다.

또한 실내외 겸용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B등급의 실내외 겸용 전동휠체어를 사용하고, 실외 활동이 많은 사용자의 경우 C등급의 실외용 전동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품질 인증제 및 등급 표시와 함께 전동보장구의 내구연한이 6년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내구연한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품질의 제품이 선별돼야 하고, 그에 따른 적정 금액과 용도가 고시돼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 전동보장구 급여품목 및 결정가격'고시를 살펴보면 급여 품목으로 등록된 제품외에는 전동보장구를 구매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사용자의 환경이나 장애 특성에 따라 이 외에도 필요한 전동보장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 고시제로 인해 오히려 선택의 폭이 좁아질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급여품목 외에 장애인들이 선호하는 전동휠체어, 전수동휠체어 또는 기립형 전동휠체어가 필요하더라도 이것들은 급여 품목에 없다는 이유로 그나마 지원받던 급여를 받을 수 없거나, 아니면 전부 본인부담금으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장애인들의 수요를 반영하는 급여 품목의 확대도 필요하다고 보아진다.

장애 유형이 같더라도 장애 정도나 특성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전동보장구가 다르다. 그래서 사용자가 전동보장구를 구매하기 전에 직접 전동보장구를 시승해 봄으로써 본인에게 맞는 보장구를 선택할 수 있는 상설 전시장이 필요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현재 시도광역시별로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보조기구 사례관리시범사업과 연계하여 장애인들이 전동보장구를 직접 적용해보고 시승할 수 있는 공간과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고 보아진다.

이렇게 함으로써 장애인들이 업체의 상술에 의해 구매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본인에게 적합한 전동보장구를 구입해 공적급여의 효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전동보장구를 사용하는 장애인들 중 욕창 발생이 우려되는 척수장애인이나 근육장애인들은 욕창 예방을 위해 체위 변경을 할 수 있는 휠체어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동안 체위 변경이 가능한 휠체어의 금액이 천만원에서 천오백만원대의 고가여서 실제 구입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고시된 급여 품목 중 고가를 지불해야 구매할 수 있었던 틸팅(등판과 의자의 기울기 동시 조절) 또는 리클라인(등판의 기울기 조절) 기능이 포함된 품목들이 있어 260만원의 기본 휠체어 가격에 옵션 선택에 따라 70만원 내지 130만원 추가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휠체어 좌석의 높이 조절이 가능한 엘리베이터 기능이 있는 모델도 있어 사용자가 환경에 따라 휠체어의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다. 더욱이 이러한 기능들은 컨틀롤러의 조작만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사용자들에게 더욱 편리하고 2차 장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끝으로 특정 업체와 제품을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 없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환경에 따른 전동보장구의 선택을 고려한다면, 모터의 출력이나 배터리 용량 등 차체의 견고성을 염두에 두고 각자에게 맞는 품목을 선정해야 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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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호 칼럼리스트
나사렛대학교에서 재활공학을 전공했으며, 보조공학기기 개발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지내오면서 주변의 친구들이나 아는 장애인들이 보조공학기기 관련 정보와 사용하고 있는 보조기구의 관리 요령들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며 늘 남의 일 같지 않았다.장애인당사자로서 사용하고 체험한 기기들에 대한 소개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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