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에 의하면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운영 실태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금년 1월부터 운영 기준을 개선, 공동생활가정을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종사자들의 인건비를 4개 그룹으로 분류해 운영비를 차등 지원하는 것으로 공동생활가정의 서비스가 향상된다고 생각한다니, 이야말로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은 사회성이 결여된 지적. 자폐성장애인들이 생활 교사의 도움을 받아서 사회적응 훈련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여, 자립이 가능한 수준이 되었을 때 공동생활가정을 떠나서 사회구성원으로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그 내용이 변질되어 영구생활시설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자립 능력을 배양 할 수 있는 훈련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부모가 주택을 마련하여 입주시켰기 때문에 기득권을 누리며 퇴거를 하지 않는데도 그 원인이 있다.

애초에 부모가 공동생활가정에 자녀를 입주 시킬 때는 영구 생활시설로 생각하고 입주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현행 제도라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

심지어 담당 공무원들조차도 공동생활가정의 기능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예산 지원이나 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관리 감독 수준의 임무만 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동생활가정의 서비스가 향상되게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건복지부가 지역사회재활시설인 공동생활가정과 단기보호시설을 생활 시설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실 그게 그리 간단하고 쉬운 문제가 아니다.

공동생활가정을 영구생활시설로 전환 하는 것은 장애인 부모로서 대환영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산적한 문제들을 선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먼저, 공동생활가정용 주택을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마련하여 입주시키고, 생활교사 2명을 배치, 2교대를 통해 부모 사후에도 장애인이 그 곳에서 영구히 생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 되어야한다.

둘째, 자립훈련과 문화생활 등을 위해 차량을 지원하여 외출과 여행 등이 자유로워야 한다.

지금처럼 교사의 휴식을 위해 주말에는 집으로 갔다가 주초에 다시 입주하는 시스템으로는 자립 훈련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부모들이 주말에 필요한 외출이나 집안의 애.경사에는 거의 참석할 수 없으며, 양 쪽을 오가는 장애인에게도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지금 지적.자폐성장애인을 둔 부모들의 걱정은 태산 보다 더 높고, 바다보다 더 깊다.

일부 장애인들의 탈시설화 논리에 밀려 보건복지부는 시설 허가 기준을 30명으로 축소하여 그나마 부모들의 희망이었던 생활시설 입주도 더 좁은 문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나마 탈시설화 대안으로 부모들이 선호하는공동생활가정은 주택 구입비 부담으로 서민층에서는 꿈도 꿀 수 없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가족이 살 집도 없는 데, 장애인 자녀의 주택을 따로 마련할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되겠는가?

나는 그 동안의 경험과 우리의 현실을 바탕으로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장애인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하겠다고 하면 사회복지법인 설립을 쉽게 해 주어라. 그래서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재산을 쉽게 출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부모들의 책임감을 강조하고, 부모들이 사후에 자녀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도록 문호를 개방하라.

또, 부모가 은퇴하고 비장애인 자녀를 출가시키고 장애인 자녀와 생활하는 가정의 경우 법인이 아니더라도 부모가 소유한 주택에서 장애인 4명을 모집하여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라.

나아가 이 가정에 예산을 지원하는 등 공동생활가정 설치를 쉽게하고, 부모들이 교사를 맡을 수 있게 하라.

이렇게 지역사회에서 부모의 관리하에 공동생활가정이 운영된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절감하는 동시에 공동생활가정을 통한 지적.자폐성장애인들의 평생 대책을 완벽하게 수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부모가 자기 소유 주택으로 공동생활가정을 설치, 운영하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2013년부터 시행 예정인 후견인 제도에 의거, 후견인들을 통해 공동생활가정은 계속 유지될 수 있고, 장애인들의 주거 생활은 좋은 환경이 보장될 수 있다.

현재의 제도에서 생활 교사 한 명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24시간 4명의 장애인을 수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담당 공무원들은 현장 방문을 통해 확인하고 정책을 수립하라.

공동생활가정을 담당하는 공무원과 팀장, 과장은 주말에 1박 2일 동안 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을 가정으로 데리고 가서 함께 생활해 보면 교사들이 얼마나 고통스런 생활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고, 부모들이 원하는 정책이 떠오를 것이다.

공동생활가정을 영구 생활시설화 하는 것이 지적.자폐성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고, 부모들의 근심과 걱정을 들어주는 가장 확실하고 최선의 방법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법인 설립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아집이 바로 장애인 복지를 퇴보시키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예산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는 사실을 하루 빨리 인지해야 할 것이다.

바라건대, 제발 현장의 얘기, 당사자들의 욕구, 부모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이런 겉돌기식 제도를 하루 빨리 개선하고 개혁해 보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장애인복지 정책을 펼치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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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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