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들이 함께 다니는 학교. ⓒ박인용

교과개편 이전에 학교가 바뀌어야

특수교육계에서도 교과과정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국립 특수교육원을 비롯해 특수교육 당국은 개정된 7차 교육과정에 맞게 장애학생의 능력과 개인차를 고려한 수준별 교육과 개별화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의 수정 보완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확대된 재량활동, 특별활동에 장애학생 체험활동, 치료 지원, 기타 학생에게 필요한 활동 등 특수교육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2009년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도 “심신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 학급을 설치, 운영하는 경우, 학생의 장애 정도와 능력을 고려하여 이 교육과정을 조정·운영하거나, 특수학교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19호). 학습부진아, 장애를 가진 학생, 귀국 학생, 다문화 가정 자녀 등이 학교에서 충실한 학습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특별한 배려와 지원을 하도록 한다(20호)”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특수교육원은 ‘2008년 개정 특수학교 교육과정’에 따라 특수학교 선택중심 교육과정 교과서 편찬을 추진하였다. 전문ㆍ직업 교과(공예, 제과ㆍ제빵, 포장ㆍ운반ㆍ조립, 전자 조립, 정보처리, 시각디자인, 농업, 직업과 생활 등 8개 교과), 이료 교과(해부ㆍ생리, 병리, 보건, 안마ㆍ마시지ㆍ지압, 전기치료, 한방, 침구, 이료임상, 진단, 실기실습 등 10개 교과), 보통 교과(재활과 복지 1개 교과) 등 총 19개 교과서다.

특별 활동, 재량활동 영역이 특수교육 교과과정 안에 편성되어 학교장이 재량권을 가지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특수교사의 대폭적인 증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 새로 만들어진 '장애인교육법’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전환이 있어야 한다. 교과과정을 충실하게 개편한다고 해도 특수교사가 부족하고 학교들의 마인드가 변함없다면, 교사들의 부담만 가중되고 실천이 없는 고질적인 형식주의 특수교육이 반복될 것이다. 학교현장과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현장 특수교사들과 특수교육 정책 책임자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학부모로서 생각하는 장애인교육의 대안

교과부와 특수교육원 등 정책당국이 특수교육 교과과정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 전에 특수교육 제도 전반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내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장애인 교육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교육의 대안이 과연 무엇일까?

우선, 분리주의 특수교육 제도가 전면적인 통합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1994년 특수교육진흥법이 개정되어 시행되었고, 2008년 새로이 장애인교육법이 시행되었음에도 60년대 미국 특수학급에도 못 미치는 분리주의 교육체계가 온존되고 있다. 분리주의 교육기관인 특수학교가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일반학교도 치료서비스, 보조원 등 교육지원이 정착되어 메인스트림(연계서비스모형)에 접근했다고 볼 수 있으나, 여전히 특수교사의 충원, 일반교사의 통합적 지원, 학부모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특수학급 역시 고립된 섬처럼 존재한다.

이제 장애인 교육의 대안을 찾기 위해 현장 교사나 전문가, 학부모들이 함께 노력해야 하다. 특수교육 정책책임자나 교수들, 특수교사들은 기형적인 경쟁교육 체제 아래에서 일반교육과의 통합적 접근을 회피하고 특수교육 영역을 갈라 내 분리주의 교육으로 고착시켜 왔지 않은가 반성해야 한다. 물론 학부모들도 장애학생들의 교육권리와 교육운영 참여에 무관심했던 점을 성찰해야 한다.

학교제도 측면에서는 특수학교의 전면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특수학교가 통합교육기관은 아닐지라도 지역사회에 통합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해서 실천해야 한다. 사회통합(inclusion)을 교육이념으로 하는 장애인교육법에 따라 장애학생들을 가능한한 일반학교에 통합하되, 특수학교는 특성화된 교육과정이나 지역사회 장애인 평생교육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개편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장애학생의 진로 및 직업 교육을 일반학교와 특수학교에서 함께 실시해야 한다. 전공과를 특수학교에만 설치할 게 아니라, 일반학교를 포괄하는 직업교육 과정으로 개편하여 지역사회 직업교육기관과 연계하여야 한다. 앞서 소개한 특수학교 선택중심 교육과정 교과서(전문ㆍ직업 교과, 이료 교과, 재활과 복지 교과)도 업종 중심의 기능적인 교과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왜 우리나라 특수교육은 직업교육을 지역사회 현장 안에 배치하지 못하고, 재활과 복지 이전에 자립생활과 장애인 인권을 이야기하지 못하는가? 지역사회 직업과정, 장애인 자립생활 과정, 자기권리 옹호과정 등을 개발해서 자립생활 관점에서 실천해야 한다.

장애인 교육의 새로운 모델

장애학의 이론에 기초하면 장애인 교육의 모델과 방향을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를 개인의 병리적인 것으로만 바라보는 재활모델을 해소하고, 장애화(disabling)하는 사회 환경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회통합모델, 권리/해방 모델에 기초한 새로운 장애인교육 패러다임이 구성되어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내 장애인권 교육의 보급이 절실하다. 그리고 선택교과나 직업교육 교과과정에 장애인 정체성 교육, 자기옹호 교육, 지역사회 문화/직업교육 등을 적극적으로 들여와서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실천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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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중학생 딸을 둔 아버지 활동가입니다. 아이들 돌보고 살림도 챙기는 주부이기도 합니다. 2003년 부모활동가로서 장애인교육권연대,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를 조직하였고, 장애인활동가들과 함께 진보정당 장애인위원회를 건설하는데 참여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애어린이 희망찾기>, 위드뉴스 <새로운 부모운동을 위한 전국순회> 라는 연재 글을 썼고, 2007년 한신대에서 <한국사회 장애인 부모운동 연구> 이라는 논문을 썼습니다. 현재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정책국장과 발달장애인자립지원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조례운동본부 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부모운동과 가족지원,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해방에 관심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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