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장애인권교육 장면. ⓒ박인용

무늬만 통합교육, 사회통합 없는 특수학교

장애인 교육과 사회통합에 대한 환기들이 이어지는 바쁜 4월을 보냈다. 많은 학교에서 대한민국 1교시를 비롯해 장애인식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 졌다. 필자도 장애인권교육 강사로서 몇몇 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을 이해시키기 위한 교육을 하면서 여전히 답답한 장애학생들의 교육현실을 느꼈다.

교육에 대한 왜곡된 사고와 비인간화 경쟁교육, 특수교육에 대한 분리주의 악습이 아직도 학교 현장을 관통하고 있어 그 고통을 고스란히 장애학생과 특수교사들이 전가 받고 있다는 생각이다. 비장애 학생들은 여전히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자신 보다 약하다는 이유로 쉽게 놀림과 괴롭힘의 대상으로 여긴다. 경쟁교육의 억압 속에 지내는 일반학생들은 청소년으로서 인권을 인식하거나 자신에 대한 존중감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장애학생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과 교육 경험이 부족한 일반교사들은 장애학생들은 그저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에 보내면 된다는 분리주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많은 비장애 학생들의 부모들은 장애학생이 자녀의 학급에 통합하면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여긴다. 심지어 특수학급이든 특수학교든 같은 장애학생 부모들 가운데서도 문제행동이 있거나 장애가 심한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면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장애학생들에게 주어진 교육환경은 이렇게 각박하기만 하다.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사례를 살펴보자. 필자의 딸아이도 중학교 교실에서 발생하는 잦은 괴롭힘에 대해 호소한다. 점심시간에 교사가 없는 사이 남학생들이 장난을 치며 식판을 밀어 흰 블라우스가 김칫국물에 젖어 오기도 했고, 같은 여학생들이 식판에 콜라를 부어 점심을 굶고 오기도 했다.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기 좋아하는 몇몇 남학생들이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꼬집거나 괴롭힌다고 호소한다.

이런 상황을 담임교사는 제대로 관찰하고 있지 못하며,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을 적절하게 중재하기 위한 장애이해 교육이나 활동 프로그램을 요청했지만, 별 일 아니라는 반응이다. 학교라는 곳이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으로 나쁜 환경도 경험하면서 올바른 것을 배운다고 위안을 삼으며 오늘도 학교에 보낸다.

특수학교는 어떤가? 2008년 새로 시행된 장애인교육법은 일반학교 만을 통합교육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수학교가 지역사회 통합, 지역사회 교육을 외면한다면, 그야말로 사회통합이 배제된 교육기관으로서 학령기 아동에 대한 시간제 시설보호와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장애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나와서 활동하거나 중식시간인 경우 굳게 닫혀 있는 특수학교 교문을 볼 때마다, 과연 특수학교들이 학교 밖 지역사회와 통합된 교육기관인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개별적 지원이 없는 특수교육

특수학급 안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딸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는 특수교사 2명이 20여명의 장애학생들을 맡고 있어 교사들이 애들 돌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형식이 어떻든 최소한의 개별적인 계획을 가지고 교과활동 외에 다양한 집단활동, 지역사회 활동을 꾸려가는 것으로 만족해한다. 현재 주 3회의 방과 후 활동 외에 지역사회시설을 이용한 체육활동, 지역사회 적응프로그램을 학교 밖에서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의 개별적 교육에 대해서는 의견을 전달해서 그때그때 협의하거나, 특수학급 자모회에서 여러 장애학생들마다 필요한 욕구와 사례, 지역사회 체험활동이나 방과 후 집단활동에 대해 의견을 모아 교사에게 전달한다. 특수교사는 개별화 교육계획을 학교 내부문서로 가지고 있겠지만, 부모와 공유하지 않고 있어 실질적인 개별화교육지원팀 역할을 자모회가 하는 셈이다. 물론 학교나 특수교사에게 법이 정한 대로 개별화교육지원팀을 구성해서 정례화해 운영하자고 제안하면 더 좋겠지만, 교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특수교사가 제시한 교과학급에 대한 개별화 지도가 쉬운 기탄 수학, 기탄 국어 문제 풀이였다. 지적 장애학생인 딸아이에게 빨리 풀기를 연습하는 아동용 교재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평소에 용돈 사용하기, 자기 일정과 시간표 보기 등을 지도하고 있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느리게 해도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개별적인 과제와 교안 개발이 필요하겠지만, 교사에게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장애학생을 위한 개별적인 교육지원 계획을 아무리 잘 짰다고 해도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까 의문이 남는다. 일반교육이 지나치게 교과활동 중심으로 경직되어 있어 장애학생을 위한 개별적 지원을 학교 내에서 구현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특히 학교장이 안전사고나 비용 등을 이유로 장애학생들이 학교 밖에 나가는 것조차 꺼리고, 특수교사들도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개별화교육 지원은 아무래도 특수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장애학생마다 교과별 학습 외에도 특별활동이나 재량 활동, 주요 체험 활동이나 치료 지원, 그밖에 학생이 필요로 하는 활동에 대해 계획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을 맡은 교사들은 외로운 섬처럼 고립되지 않고 일반교사나 학교장, 학부모, 지원 인력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협력해서 조금씩이라도 실천해나가야만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맞는 개별화지원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다.

프레이리에게서 장애인 교육을 배워야

장애인교육법 시행으로 장애학생 교육현장에 많은 변화의 씨앗이 뿌려졌지만,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이렇다 할 새로운 실천사례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장애인 교육에 대한 철학과 교육 모델 등 특수교육의 근간이 처음부터 다시 세워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장애인 교육, 넓게는 특수교육 이념에 대한 전향적인 방향전환이 있어야 한다. 특수교육을 치료와 기능적 적응의 문제로 바라보는 낡은 재활모델 편향을 해소하고, 장애학생들이 성장하여 사회에서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정체성 교육, 또는 자신을 옹호하는 힘을 키워주는 ‘피억압자 교육’으로 보편화해야 한다.

대구대 김병하 교수는 특수교육이 장애 자체를 문제 삼아 진단처방적인 교정모형으로 프로그램화하지 않았나 반성하면서, 장애인 당사자의 피억압자로서의 경험에 기초해 정체성 교육을 과제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특수교육전문가들은 먼저 피억압자 교육을 주창한 파울로 프레이리(Freire)에게서 장애인 교육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딸아이가 다니는 중학교 특수학급에서 있었던 사례를 소개한다. 한 달 전 특수교사가 내준 수학 풀이를 끝내지 못했다고 방과 후 수업인 요리활동 참여를 배제시켰다. 딸아이가 요리실 밖에서 항의했지만, 교사가 제지하자 아이는 흥분한 나머지 운동장에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난 상태로 보조원과 함께 집으로 울면서 돌아왔다. 교사에게 아이가 과제수행을 못했다고 벌칙을 준 것이냐고만 물었고, 학교에서 교사가 한 일은 학교에서 마무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편지를 보내 사과 한마디만 받았다.

부당한 일이라고 항의할 수도 있었지만, 딸아이가 부당하다고 느끼고 스스로 항변하고 있었기에 관여할 필요가 없었다. 딸아이는 화난 표정으로 “선생님이 멀리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저녁에 일기장에 “요리시간이 싫다. 나만 요리시간에 숙제를 했다. 선생님이 내 것도 안남기고 다 먹어버렸다고” 항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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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중학생 딸을 둔 아버지 활동가입니다. 아이들 돌보고 살림도 챙기는 주부이기도 합니다. 2003년 부모활동가로서 장애인교육권연대,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를 조직하였고, 장애인활동가들과 함께 진보정당 장애인위원회를 건설하는데 참여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애어린이 희망찾기>, 위드뉴스 <새로운 부모운동을 위한 전국순회> 라는 연재 글을 썼고, 2007년 한신대에서 <한국사회 장애인 부모운동 연구> 이라는 논문을 썼습니다. 현재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정책국장과 발달장애인자립지원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조례운동본부 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부모운동과 가족지원,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해방에 관심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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