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의 꽃 말이 희망이랍니다. ⓒ한옥선

‘용기를 내세요, 힘내세요.’

내가 가는 곳마다 이목을 끄는 외모 때문에 난 사람들에게 자주 그런 소리를 듣고는 한다. 어디를 가더라도 나에 장애로 사람들과의 관계가 예전보다 더 쉽게 가까워지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한 가지 좀 아쉬운 것이 있다. 다들 나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나를 위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마음 좋은 뜻으로 하려는 것은 알지만 자꾸 들으면 왠지 내가 더 초라한 존재가 되는 것만 같다. 한편으론 그래 더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웃으며 대하지만 마음 한 구석은 스르르 주저앉는 것만 같다.

오늘도 잠시 외출했다가 낯선 남자 분에게서 한참동안 위로라는 말로 연설 같은 긴 말을 들었다.

우리 친척들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보면 반갑다고 하면서 동시에 운다. 그리곤 우리 엄마에게 고생이 많다면 얼마나 힘드냐고 그러면서 지난 시간을 다시 끄집어내서 기어이 엄마의 눈에서 눈물을 빼게 만든다. 그럴 때 참 난감하다. 내가 죄인이 된 것처럼 괜스레 죄책감이 들게 하고 나도 같이 울어야하나? 근데 왜 울지? 내가 절망스러워 보이나? 웃고 있는 날 향해 울면 난 어떻게 하라고.

그러다가 내가 “울지마요. 왜 울어요. 우리 잘살고 있는데 이렇게 좋기만 하구만”하고 말하면 눈물 그치고 웃는다. 울다가 웃으면 뭐가 어떻게 된다고 하던데 하하. 좀 기분이 그렇다.

장애인이라는 그 이름을 하나 더 달았을 뿐인데 사람들은 나나 우리 식구를 너무도 다르게 본다. 상처도 아물고 일상적인 생활에 적응도 아니 적응을 넘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 나와 아이들 그리고 우리 엄마를 불행과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로 착각하고 있나보다. 불편해 보이는 몸이 곧 불행이라고 누가 그러는가? 장애인 부모나 장애인 자식이 있다고 해서 희망 없이 사는 사람들이라고 누가 그러냐 말이다. 우리 아이들도 누군가 와서 위로를 한다면서 하는 말들이 불편한 거 같다. 이미 잘살고 있는데 왜 사는 모습을 제대로 못보고 자기들의 생각만으로 어떻게 살라 너희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며 말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정말 잘하고 있는 아이들인데 말이다.

장애인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멋지게 이 사회에서 자기 몫을 해내고 자랑스럽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리고 하루하루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하며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꼭 자신들이 승리자인 것처럼 무슨 말로든 위로의 사다리를 내려주어야지만 된다고 생각하는지 그런 자신의 모습은 삶에 지쳐 힘들어 죽겠다는 말을 쉴 새 없이 내뱉으면서 웃음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얼굴이라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위로 받을 사람들은 어쩌면 비장애인의 몸으로 감사할 줄 모르는 당신이 아닐까? 아까 만난 그 남자 분을 뒤로 하고 오는 내내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잘생겨서? ‘노오우!’ 요즘 사는 게 힘들어 죽겠다고 연신 말하면서도 내게 힘내라고 하며 회색 구름 잔득 낀 하늘같은 얼굴이 내 화상 입은 얼굴만도 못한 거 같아서….

나는 이미 희망이라는 화사한 꽃망울을 터트리고 세상을 향해 방긋 웃고 있는데 당신이 쓰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의 새까만 선글라스 때문에 나의 노오란 빛으로 빛나고 있는 내 희망이 보이지 않나 봅니다. 당신이 생각 하는 것처럼 장애인이란 이름과 몸 그렇게 슬프지 않습니다. 당신 앞에 당당히 나와 있는 모습만으로 이미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 그럼 ‘힘내세요, 용기를 가지세요’라는 말보다 엄지손가락 들어주며 개나리 꽃 같은 환한 웃음으로 웃어주면 안되겠습니까. 긴 위로에 말보다 그 모습이 더 고마울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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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타인의 가스 폭발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선물 받고 다른 사람들보다 이름표 하나 더 가진 욕심 많은 사람. 장애인이 된 후 고통이라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불평이나 원망보다 감사라는 단어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얼굴부터 온 몸에 58%의 중증 화상에 흉터들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용감하게 내놓고 다니는 강도가 만나면 도망 갈 무서운 여자. 오프라인 상에서 장애인들을 만난다는 것이 어려워 온라인상의 장애인 카페를 통해서 글을 올리면서부터 다른 장애인들과 소통을 하게 되었고 그들의 삶이 사소한 나의 글 하나에도 웃는 것이 좋아 글 쓰는 것이 취미가 된 행복한 여자입니다. 제가 내세울 학력은 없습니다. 다만 장애인으로 살아온 6년이 가장 소중한 배움에 시간이었고 그 기간 동안에 믿음과 감사와 사랑이 제게 큰 재산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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