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누더기 같은 온 몸에 흉터들과 나의 지나온 상처투성이 세월을 마치 자기 것인 양 보듬는 남자가 나를 감싸 안았다. 쏟아지는 눈물, 하지만 난 소리 내 울지 못했다. 이런 모습으로 이 사람에게 온 것이 미안해서 마지막 방법까지 동원해서 포기를 시키려던 못난 마음이 부끄러워서였다. 그 사람의 마음을 모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진실로 날 사랑함이 내 가슴에 느껴지자 더 이상 밀어낼 수가 없었고 그 사람의 마음을 이젠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날 밤 거실 유리창으로 고운 달빛이 어찌나 환하게 비추던지 마당 끝 밤나무에 그림자가 드리울 정도로 대낮 같았다. 그 환한 달빛처럼 바라보던 나의 마음도 고민과 갈등의 밤은 사라지고 환하게 빛이 비추어졌다.
새벽, 얼마를 잤을까? 재잘 거리는 새소리가 상쾌하게 깨웠고, 그 분의 어머니가 일어나셨다. 시골 어르신들은 새벽 같이 일어나시지만 아직 도시는 새벽인 시간 아침 준비를 하신다. 서둘러 이불을 개서 소파에 얹고 거들었다. 물론 내 손으로 한 것은 거의 없었다. 아침을 먹고 청소기를 서툴게 잡고 돌리려니 어머니가 말리신다. 손님이 무슨 그런 거 하냐고 그때 그 사람이 그런다.
“손님은 무슨 손님이야~. 아냐! 엄마 내 애인인데.”
그 소리 듣고 그저 웃으시기만 하신다. 어머니 맘이 물론 좋으셨을 리 없었을 것을 안다. 나 같아도 반길 며느리 감은 아니었을 테니까. 아침 청소를 간신히 하고 동네 구경 시켜준다며 산악 오토바이에 날 태우고 들로 물가로 다니는데 웬 여자를 뒤에 태우고 다니니 다들 쳐다보고 동네 토박이라 모르는 사람이 없어 연신 꾸벅 인사를 하며 지나가신다. 나도 멀뚱멀뚱 그냥 있기엔 그래서 뒤에서 따라 인사를 했다.
“이제 큰일 났네요~.”
“왜요?”
“나 책임져요. 동네방네 이젠 소문 다 났어요. 여자 있다고.”
“하하! 걱정되면 내려줘요.”
“아니 이젠 신난다고요. 나도 애인이 생겼다고 자랑하고 다니니.”
“어머나 별걸 다 자랑하네요. 그게 무슨 큰 자랑이라고요.”
"내겐 평생 한 번 못해 본건데 자랑이죠. 그럼~."
아니나 다를까 집에 돌아오니 벌써 동네 사람들이 집에 와보고 누구냐 묻지도 않고 다들 웃기만 하신다. 하긴 그 사람 입이 귀에 걸려 싱글벙글 웃으면서 사방을 다녔으니 말 안 해도 지나가는 강아지도 알거다. 워낙 웃음이 많은 사람이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잘 웃는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고 보니 괜스레 걱정을 가불했단 생각이 든다. 되지도 않은 일을 쓸데없이 미리 걱정하고 하하….
아직 어머니는 우리 관계를 다 모르시지만 내가 가고 나면 무슨 말씀이 있으실 거 같다. ‘어머니 저 잘 할게요’라는 빈 말씀은 드릴 수가 없었다. 내 손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있고 노력해서 얼마나 잘 할지 나도 아직 몰라서 그러나 마음만은 누구보다 잘할 거란 사실은 자신하고 싶은데 그 마음을 보여드릴 수가 없으니 어머니가 주시는 내 점수는 기대 할 수가 없다. 그래도 그 사람은 어머니가 허락 안하셔도 평생 기다릴 거란다. 그런 사람을 내가 어떻게 실망시키겠는가. 나도 어머니 맘에 드실 때까지 노력하고 진심으로 대하고 내 어머니처럼 사랑하면 언젠가는 내 진심이 통할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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