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투성이 선인장도 꽃망울을 보듬고 피어나길 기다린다. 우리의 인생길에도 분명 가시밭 같이 힘든 시간이 있지만 그 시간 지나면 예쁜 꽃을 피우는 행복의 봄날이 올 것이다. ⓒ한옥선

요 며칠 난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생각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칼럼 글을 보고 몇몇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고 EBS <희망풍경>(금요일 오후 10시 40분)에 이어 그중 SBS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 큐브 cube>(금요일 오후 9시 20분 방송)에서 전화가 왔었는데 미루다가 결국 만나게 되었다. 난 그 프로그램에 대해 잘 몰라서 망설이다가 주위 분들이 좋다는 말씀들을 하셔서 보게 되었고 생각보다 좋아서 출연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과연 어찌 되려나 싶은 마음에 조금은 염려가 되긴 했지만 내가 걱정한다고 안 될 일이 잘되는 것도 아니고 잘되는 것이 안 되는 것도 아니기에 맘 편히 임했다. 이번에도 피디랑 같이 지내면서 금방 한 가족이 되었고 허물없이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 번도 만나지 못할 사람들과 이렇게 만나고 같이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하다니 진짜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런저런 모습들을 하나씩 담아가며 그렇게 일상의 시간들을 보냈다.

드디어 두 근 반 세근 반 나에 모습을 TV 화면으로 보려니 역시 어색하고 좀 민망스럽다. 다음날 시청소감을 보는데 너무도 놀랐다. 난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거나 혹은 건강한 모습들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음을 감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한분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렇게 소감을 좋게 써주셨다. 가슴이 마구 뛰고 꿈인가 싶고 정말 날 누군가 꼬집어 주어 꿈이 아니라고 말해줬으면 했다. 그런데 그 분들만이 아니라 어느 분들은 메일로 마음을 담아 보내주시고 또 어떤 분은 다음 블로그나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그리고 칼럼에 댓글을 통해 글을 남겨주셨다.

그중 오늘 저녁 나를 펑펑 울려버린 글이 있었다. 나이도 어린 친구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나를 보면서 행복이란 것이 무언인지 또 마음 속 끊어버려지지 않는 부정적인 생각을 정리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맙다고 내게 글을 남겼다. 난 그만 울어버렸다 그것도 펑펑 나이 어린 친구도 나를 보고 울었지만 그건 너무도 좋은 눈물이었다고 마음이 느끼는 눈물이었다고 하는데 나 역시도 고마운 눈물이었다. 우리 아들과 몇 살 차이도 안 나는 그 친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이를 둔 엄마로서 그리고 힘든 시간을 보낸 사람으로서 같이 느껴져서 쉽게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내게 고맙다고 하면서 그 날부터 멘토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살기로 다짐했다는 말에 난 또 울었다. 정말 내가 오히려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서 새 학기를 시작했다는 친구 아마 그 친구는 누구보다도 더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 주어진 모든 것을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 그건 정말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아파보고 겪어 본 사람이 그 마음들을 더 깊이 어루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맛있는 밥 한 끼 사줘야겠다. 아니면 우리 아들과 같이 집에서 맛있게 해 주던가. 너무도 잘했다고 앞으로도 잘할 거라고 힘내라고 요즘 나이어린 친구들 어른들이 보면 이해 안가는 부분들이 많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많은데 나의 이야기로 마음이 움직여주었다니 정말 내가 고마워 할 일이다. 어쩜 그 친구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나의 모습과 말이 그 친구의 준비 된 마음을 살짝 건드려주었던 것뿐일지도…. 그러니까 내가 더 감사해야 할 일이다. '친구! 친구는 잘할 거야 그걸 어떻게 아냐고 글쎄 내 마음이 그러네 친구는 정말 잘해낼 친구라고….'

난 내가 특별하거나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보통에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나를 만난 사람들은 날 대단하다고 말한다. 그건 아닐 것이다. 아마 나를 보는 그 분들에 눈과 마음이 대단한 것이다. 왜냐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내가 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고 그걸 좋게 보아주니 더 그런 것이다. '그까짓 거 가지고 뭘'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 '대단하다'고 말해주시니 감사하다.

난 한 가지 더 많이 노력하는 것이 있다. 나란 장애인이 다른 장애인들에게 해가 되지 않기를, 나의 모습을 통해서 장애인들에게 갖는 선입견들이 부드러워지고 편안해지기를…. 이번 방송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뭘 바라고 한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알아봐주길 바래서도 아니다. 지금 힘든 상황 속에 누군가가 힘내길 그 힘든 상황이 언젠가는 웃음으로 바뀐다는 것을 날 보고 참아내고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도 누군가의 모습들을 보면서 힘을 냈으니까….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2004년 9월 타인의 가스 폭발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선물 받고 다른 사람들보다 이름표 하나 더 가진 욕심 많은 사람. 장애인이 된 후 고통이라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불평이나 원망보다 감사라는 단어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얼굴부터 온 몸에 58%의 중증 화상에 흉터들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용감하게 내놓고 다니는 강도가 만나면 도망 갈 무서운 여자. 오프라인 상에서 장애인들을 만난다는 것이 어려워 온라인상의 장애인 카페를 통해서 글을 올리면서부터 다른 장애인들과 소통을 하게 되었고 그들의 삶이 사소한 나의 글 하나에도 웃는 것이 좋아 글 쓰는 것이 취미가 된 행복한 여자입니다. 제가 내세울 학력은 없습니다. 다만 장애인으로 살아온 6년이 가장 소중한 배움에 시간이었고 그 기간 동안에 믿음과 감사와 사랑이 제게 큰 재산이 되었습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