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새학년은 다가오고

철 지난 꽃샘 추위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 든다. 봄 날씨를 기대하고 집을 나섰다가 당황하게 만드는 요즘 날씨처럼, 새 학년을 맞는 장애학생 부모들 마음은 을씨년처럼 스산하다. 따스한 봄이 왔다고 기대했는데, 아직 봄이 아니다.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의 의무교육을 규정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시행된지 2년째로 접어 들었다. 아이들은 한해 더 성장하고 어김없이 새 학년이 시작되었지만, 장애학생들을 위한 특수교육 여건은 발전된 게 없다.

장애인 부모들의 눈물겨운 투쟁을 통해 제정된 장애인교육법은 2008년 정부가 마련한 부실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의해 그 권리보장 성격이 크게 후퇴하였다. 교육과학부가 관련 규칙 제정 등 후속 조치에 부진했고, 제정된 법령 마저도 준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과 학교 현장에서도 실천의지가 부족해 고스란히 교사와 장애학생들의 고통으로 떠넘겨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특수교사 없는 장애학생 의무교육

무엇보다도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 시행을 앞두고서도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특수교사가 증원되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장애인교육법 27조는 특수학급당 학생수를 유치원은 4명 이하,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6명 이하, 고등학교는 7명 이하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는 학교가 많다.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안민석, 이상민 의원과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 공립학교의 법정 특수교사 정원이 14,604명인데, 실제로는 9,074명(62.1%)만이 배치되어 5천 5백여명의 특수교사가 부족하다. 전국 5,217개 일반학교 특수학급중 3,258 학교(62%)만이 법정 학생수 정원을 준수하였고, 전국 610개 특수학교 과정중 361개 과정(59%)만이 준수하고 있어 40.8%가 넘는 특수학급이 법정 학생수를 초과하는 과밀학급으로서 장애인교육법을 위반하고 있다. 장애인교육권연대에 의하면 장애학생 의무교육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만명의 특수교사 증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특수교사 충원을 억제하면서,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시행하겠다는 교과부의 계획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난감하다. 지난 2월 교육과학부는 만 5세이상 장애유아의 의무교육을 시행한다며 장애학생 의무교육이 13년으로 늘어나 OECD 국가 중 장애학생 의무교육 수혜 기간이 가장 긴 국가가 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그리고 의무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해 특수학급을 1,042개(영아 25학급, 유아 73학급, 초 328학급, 중 292학급, 고 282학급, 전공과 42학급)를 증설하여 11,603개의 학급을 운영할 계획임을 밝혔지만, 정작 특수학급을 맡을 특수교사를 충원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작년에는 이명박 정부의 공무원 정원 동결 방침으로 16명 증원에 그쳤다. 올해도 시도교육청 특수교사 충원현황을 보면 교과부의 계획이 공수표에 그칠까 우려된다. 서울시의 경우 유초등 특수교사 16명, 증등교사 2명만을 충원했을 뿐이다. 수백명 충원되어야 할 교원을 임시방편 기간제 특수교사로 충원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장애인교육법 5조는 명백한 위헌

지난해 장애인교육권연대 학부모들은 특수교사 법정 정원을 확보하라고 정부에 수차례 촉구하였고, 62명의 장애학생 학부모는 특수학급당 학생수를 위반한 사례에 대해 행정심판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행정심판위원회는 절차상의 사유를 들어 기각결정을 하였고, 교과부도 특수교사 정원 확보에 대해 전향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십수년간 이어져온 고질적인 특수교육 예산 부족, 특수교사 정원 부족 문제는 무상의 의무교육이라는 강행규정에도 불구하고 이에 소요되는 예산에 대한 임의규정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장애인교육법 5조는 구법(특수교육진흥법)의 악법적 조항을 온존시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드는 경비를 “예산의 범위” 안에서 우선적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예산조치가 부족하다고 인정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서는 예산의 확충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권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가 예산조치가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예산 확충을 권고만 하고, 예산이 없다면 특수교육을 위한 교사배치 부족 등 장애학생들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당할 수 밖에 없다. 필자는 이 조항이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 헌법 제31조의 취지를 위반한 위헌 규정이라고 생각한다. 특수교육이 무상의 의무교육이어야 한다는 공법적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소원을 준비하며

장애학생인 딸아이가 다니는 서울 강북중학교 특수학급에는 2명의 특수교사가 배치되어 20여명의 장애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작년에 인터교사가 임시로 배치되어 그럭저럭 지원해 왔으나, 올해 3명의 학생이 늘어 교사 1인당 학생수는 10명이 넘는다.

교사당 법정 장애학생수가 6명인데 10명이 넘기에 개별화교육 지원은 커녕 보호 조차도 어려울 것이다. 아이의 교육여건을 생각하면 현기증이 난다. 입학생을 고려하여 특수교사를 충원했어야 하는데, 서울시교육청이 중등 특수교사를 겨우 2명 충원한 가운데, 뻔히 예견된 일이었다.

필자는 법정 학생수를 준수하기 위해 특수교사를 증원해 달라고 학교와 교육청에 진정을 냈는데, 추후 특수학급을 추가하는 방안 등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답변만 받았다. 지역교육청에 교사를 충원할 재량이 없어 진정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최소한 학교와 교육청이 특수교사 법정 정원에 대해 고민하고 교사 충원을 요청하는게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답변에 대해 행정심판을 제기하고, 교사를 충원하지 않아도 무방하게 만드는 장애인교육법 5조(특수교육 예산에 대한 임의규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려고 하며, 이에 대해 법률가의 조언을 구한다.

교과부를 비롯한 정부는 장애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에 대해 국민이 만든 헌법 정신에 입각해서라도 부디 다시 생각해 주길 바랄 뿐이다. 만일 국가가 예산이 부족해 교사를 보내주지 못한다고 항변한다면, 차별없이 교육받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에 호소해서라도 장애학생 교육권리를 지킬 수 밖에 없지 않은가.

* 교육청에 보낸 진정서

강북중학교 특수교사(특수학급) 증원 요청

수신 : 성북교육장

참조 : 중등특수교육 담당

발신 : 박인용(박하은 부모), 강북구 수유동

교육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귀 청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강북중학교 특수학급과 특수교사의 지원을 받는 장애학생의 학부모로서 다음과 같이 특수학급 증설과 특수교사의 증원을 요청하니 이에 대해 조속히 행정적 조치를 취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이요청서를 민원 공문으로 처리해주시기 요망하며, 행정민원에 준해 회신처리 요망함).

- 다음-

1. 강북중학교 특수교육 대상자와 특수교사 현황

- 강북중학교에는 2010년 1월말 현재 특수교사 2명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장애학생수가 20명에 이르러 교사 1명당 특수교육 대상 학생수가 10여명이나 됩니다.

- 그리고 성북교육청(중등 특수교육 담당자 확인)과 강북중학교(2010.2.4 교장면담)에 따르면 2010년도 강북중학교 입학 예정인 특수교육 대상자가 7명 내외로 집계되고 있어 졸업으로 학생수가 감소하더라도 2010년에는 특수교사 2명에 22명이 넘는 장애학생들이 특수학급에 배치될 것입니다.

2. 강북중학교 특수교사(특수학급) 증원 요청 근거

- 현재 강북중학교의 특수교사 1인당 특수교육 대상 장애학생수가 10명을 넘는 것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 7조(특수교육대상자가 1인 이상 6인 이하인 경우 1학급을 설치하고, 6인을 초과하는 경우 2개 이상의 학급을 설치한다)의 학생수 기준을 크게 초과할 뿐만 아니라, 법 제 22조에서 규정한 개별화교육 등 사실상 특수교육 지원이 어려워 무상의 의무교육 원칙을 규정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제 3조)’의 취지를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고, 2010도에는 특수교사당 학생수가 더욱 악화될 것이 예견되므로 학교와 교육청에서 조속히 특수학급을 증설하거나 특수교사를 증원 배치해 주시기를 공식적으로 요청합니다.

- 법적 근거: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 27조(특수학교의 학급 및 각급학교의 특수학급 설치 기준), 제 22조(개별화 교육), 법 시행규칙 제 4조(개별화교육지원팀의 구성 등)

2010.2.5

학부모 박 인 용(인)

교육청의 회신 공문. ⓒ박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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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중학생 딸을 둔 아버지 활동가입니다. 아이들 돌보고 살림도 챙기는 주부이기도 합니다. 2003년 부모활동가로서 장애인교육권연대,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를 조직하였고, 장애인활동가들과 함께 진보정당 장애인위원회를 건설하는데 참여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애어린이 희망찾기>, 위드뉴스 <새로운 부모운동을 위한 전국순회> 라는 연재 글을 썼고, 2007년 한신대에서 <한국사회 장애인 부모운동 연구> 이라는 논문을 썼습니다. 현재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정책국장과 발달장애인자립지원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조례운동본부 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부모운동과 가족지원,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해방에 관심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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