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습은 에이블뉴스 가족 모임때의 모습이다. 이전에 나의 모습은 사람들이 안 쳐다보고 가는 이가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우리 엄마도 같이 다니고 싶지않을 정도로 하지만 사랑과 웃음이라는 약이 날 이렇게 만들어 주었다. ⓒ에이블뉴스

평생 사랑 한 번 못해본 남자가 지금 내게 누구에게도 내놓고 싶지 않은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척수 장애인들의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배변 문제들과 기타 장애로 인해 생기는 증상이나 10년 넘게 고생한 욕창 때문에 생긴 상처 등~.

내 대답을 듣고 싶어 가슴 조리며 초초하게 기다리고 있을 그 사람에게 난 태연하게 말하였다.

“에게 이게 무슨 큰일이라고 하하 생리적인 현상이고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장애라 그런 걸 그런 거 이해 못할 사람이 어디 있어요?”

“진짜요? 정말요?”

“그럼요~, 그건 저도 수술하고 몇 달 동안 겪어봐서 아는데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창피한 게 아니라고요. 그러니 용기를 내세요. 별것 두 아니고 만.”

“그래도 좀 그렇죠. 하반신이 마비인데 나 같은 사람 이해해줄 여자가 있겠어요.”

아 이 사람 이러다가 정말 사랑 한 번 못하고 살다가 가겠구나 싶기도 하고 그래 혹시 안 좋은 사람 만나서 더 큰 상처 입느니 그냥 혼자 사는 게 좋지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하도 세상이 흉흉하니 장애인한테까지 그 순수해야 할 사랑을 빙자하여 사기치고 가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는데 에이 그래두 말야 태어나 그 설레는 사랑 한 번은 해보고 가야하지 않을까 싶어 용기를 마구 불어넣어주었다.

“에이~ 님이 어디가 어때서요. 잘 생기셨죠. 성격 좋으시죠. 맘 두 넓으시죠?”

“하하 아이구 감사합니다. 저 같은 사람을 그리 좋게 봐주시고.”

“좋게 봐 준 게 아니라 다들 참 좋은 분이라고 하시던 걸요. 뭐.”

“아무튼 고맙습니다. 나중에 맛있는 밥 한 턱 쏘 죠~.”

“푸하하 알겠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약속하셨습니다~.”

그 사람은 지금 내게 이런 나도 괜찮습니까, 하고 사랑 고백을 한 것인데 난 사랑 경험을 해보고도 초보보다 못한 눈치로 조언을 해주겠다니 에구 바보~ 오지랖만 넓어 가지고 그 분이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이란 거 한 번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싶을 뿐이었는데 그 분은 이미 용기 빵빵하게 충전 중이었다.

날이 갈수록 말씀 하시는 게 이상하다.

뭐랄까? 핑크 빛 물감을 바른 듯한 느낌이랄까? 이전엔 그냥 담백한 된장찌개 같은 느낌이 슬슬 설탕물 섞은 듯 하니 그 맛 으윽 생각만 해도 요상해진다. 이런 분이 아닌 걸로 아는데 희한하네. 난 그 분의 비밀을 안다는 것만으로 더 친해져서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였는데 자꾸 농담 같지가 않다. 한 참에 시간이 가고 그제야 그 분에 맘을 알게 된 나 대략난감 곱빼기 백에 그 편하던 이야기가 갑자기 부담감 따따블이다.

그래 날 잘 몰라서 그래 그때 병문안 갔을 때 잠간 보고 제대로 못 보아서 그래 팔이며 온 몸을 보고도 이런 생각을 할 리가 없지. 내 형제들 조차도 끔찍하게 생각하는데 더구나 남자가 여자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하는 거 아냐? 날 보고 안아주고 싶기는커녕 도망이나 안가면 얼굴이나 안 돌리면 다행이지. 그래 그냥 아는 사람이니 이야기하고 좋게 봐주는 거지 정작 그런 관계가 실제로 된다면 내가 남자라고 해도 이건 아니다 싶은데 이야기를 자세히 해주어야지 그래야 이 사람이 나에 대한 생각을 접고 50년 만에 간신히 열린 마음을 얼른 다른 여자에게 주지하면서 나도 나에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내 몸에 어느 정도가 장애인지 팔도 펴지지 않고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우둘두툴 비포장도로처럼 그런 피부가 온 몸에 절반이고 집안일은 거의 못하고 방바닥에 앉는 것도 못하고 오래 걷지도 못하고 밥도 못하고 먹는 것도 예쁘게 못 먹고 질질 흘리기도 하고 등등 못하는 거 투성이에 얼굴이 화상 장애다 보니 보기 흉해서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쳐다보고 수근대서 같이 다니는 사람이 창피하고 거기에 아들도 둘이나 있는 그런 내세울 것도 가진 것도 하나도 없는 아줌마라고 그리고 사랑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난 솔직히 글을 보고 다른 사람들처럼 후다닥 오던 마음 다 접고 도망가길 바랬다. 가슴은 아리지만 그게 내가 편할 거 같아서 장애인이라는 그것도 보기 흉한 안면과 전체 50% 화상 장애인이라는 말에 그렇게 나의 순수한 글로 좋아라 하던 사람들이 한 순간 얼굴색을 바꾸고 도망치듯 달아나 버렸으니까.

참 아이러니하다 나도 상처 받고 아파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으면서도 다른 누군가에게 용기를 내라고 하다니….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이 날 두고 한 말 같다. 그래도 나보다는 보기가 나으니까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날 볼 때는 참 이쁜데 남의 시선으로 생각으로 보면 아닌 거 같다. 그게 현실이니까. 하지만 세상엔 천사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가끔 방송을 보면 그런 분들이 만나서 예쁘게 사는 모습들이 나오니 희망을 그분에게 주고 싶었다.

그럼 난? 글쎄 하하 과연 어떤 답이 날아왔을까? 보나마나지 하면서 난 음악을 찾고 있는데 딩동 답장이 왔다. 어라~ 안 도망가셨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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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타인의 가스 폭발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선물 받고 다른 사람들보다 이름표 하나 더 가진 욕심 많은 사람. 장애인이 된 후 고통이라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불평이나 원망보다 감사라는 단어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얼굴부터 온 몸에 58%의 중증 화상에 흉터들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용감하게 내놓고 다니는 강도가 만나면 도망 갈 무서운 여자. 오프라인 상에서 장애인들을 만난다는 것이 어려워 온라인상의 장애인 카페를 통해서 글을 올리면서부터 다른 장애인들과 소통을 하게 되었고 그들의 삶이 사소한 나의 글 하나에도 웃는 것이 좋아 글 쓰는 것이 취미가 된 행복한 여자입니다. 제가 내세울 학력은 없습니다. 다만 장애인으로 살아온 6년이 가장 소중한 배움에 시간이었고 그 기간 동안에 믿음과 감사와 사랑이 제게 큰 재산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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