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란 자물쇠가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잠궈놓고 있다. ⓒ정오윤

여름, 생각만 해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화상 장애인들에겐 힘겨운 계절이다. 베란다 창과 마주 연 현관문으로 가만 가만 바람을 타고 들어오고 있는 오후 그날따라 은행과 마트에 볼 일이 있었고 손님도 와서 책상에 앉아 인터넷을 할 시간이 다른 날보다 늦은 날이었다.

컴퓨터를 켜고 앉아서 메신저를 켜니 강원도 사시는 그 분이 바로 인사를 한다.

“오늘은 좀 늦었네요. 무슨 일 있으신지요?”

“아, 네! 일 좀 보고 손님이 와서요. 늦었네요.” 하하

“그랬군요, 전 또 뭔 일이 있으신가 하고요. 걱정했네요.”

“그러셨군요. 하하 그럼 기다리셨다는 이야기네요?”

“하하 그건 맞습니다.”

“진짜요? 왜요?”

“그냥요. 매일 보이던 사람이 안보이니까요”

“아, 그렇긴 하죠.”

“아까 메일 하나 보냈었는데.”

“무슨 메일이요?”

“그냥 시험 삼아 배운 거 보낸 겁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요 근데 메일이 안 들어 와있네요. 잘못 보내셨나봐요. 메일함 보시면 보낸 메일함 있어요. 거기 보세요.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사실 그거 보내고 수신 확인했는지 5분마다 들어와서 봤습니다. 그러다가 지웠어요.”

“왜요?”

“보시고 어떻게 생각할지 그래서요.”

무슨 내용이었기에 이러시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나의 쉼 없는 물음에 순진하시게 이야기를 하신다.

사실은 그전에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할 때부터 혼자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는 하고 살았는데, 경운기 사고로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가 되는 장애를 입고 나서 같은 장애를 입은 분들에 말이나 삶을 보니 있던 아내도 떠나가더란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중 몇몇 사람들이 그런 일로 힘들게 사는 것을 보니 더더욱 혼자 사는 것에 마음을 굳혔었는데 요즘 자기도 모르게 자꾸 안보이면 궁금해지고 기다려지고 하는 게 아무래도 너무 편하게 이야기를 잘 받아줘서 정들기 전에 자신에 장애에 대해 자세히 써서 메일로 보내고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자라고 생각했는데 하필 매일 들어오던 시간에 내가 안 들어오고 메일을 보았는지 궁금해서 계속 들락거리며 보았는데도 들어오질 않더란다.

내가 들어와 메일을 보길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길고 속이 타던지 처음 생각은 은근 슬쩍 도망가고 그나마 하루 중 유일하게 즐거운 시간인데 그나마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으로 어느새 바뀌었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라도 인터넷에서 이야기 하는 게 어디야 하며 지금 있는 일만도 꿈같은 일이라 생각하고 얼른 지웠다는 것이다.

‘오마나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세상에 상 차리고 김칫국 마시고 다했네 그려’ 하면서 속으로 생각하고 가만히 이야기만 듣다가 도대체 어떻게 메일을 썼을까 궁금증이 발동을 해 도저히 그냥 못 넘어 가겠다싶어 보낸 메일함 보면 있을 거라고 걱정 말고 보내시라고 했다. 가만 들어보니 50년 동안 닫혀있던 마음이 열리려고 하는데 이 기회를 통해서 좋은 사람 만나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극구 싫다고 절대 못 한다고 하시더니 하하 내가 안 그럼 이야기 안한다고 협박성 멘트를 날리니 그제야 보내신다. 푸하하 정말 몇 초도 안 걸리고 메일이 띵동하고 내 메일함으로 도착을 했다. 얼른 온 메일을 열어 한 줄씩 읽어 내려가는데 어머나~ 나도 모르게 내 볼 위로 주르륵 따뜻한 무언가가 흐르기 시작했다.

‘뭐야? 내 심장이…. 너 왜 그래? 옥선아~ 정신 차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2004년 9월 타인의 가스 폭발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선물 받고 다른 사람들보다 이름표 하나 더 가진 욕심 많은 사람. 장애인이 된 후 고통이라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불평이나 원망보다 감사라는 단어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얼굴부터 온 몸에 58%의 중증 화상에 흉터들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용감하게 내놓고 다니는 강도가 만나면 도망 갈 무서운 여자. 오프라인 상에서 장애인들을 만난다는 것이 어려워 온라인상의 장애인 카페를 통해서 글을 올리면서부터 다른 장애인들과 소통을 하게 되었고 그들의 삶이 사소한 나의 글 하나에도 웃는 것이 좋아 글 쓰는 것이 취미가 된 행복한 여자입니다. 제가 내세울 학력은 없습니다. 다만 장애인으로 살아온 6년이 가장 소중한 배움에 시간이었고 그 기간 동안에 믿음과 감사와 사랑이 제게 큰 재산이 되었습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