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초 미국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권위자로 알려진 클락크 박사(Clark. 캘리포니아주 Kern지역센터 대표)와 짐 볼드윈 회장(Jim Baldwin. Bakersfield 지적장애인연합회)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초청으로 내한하였다. 그들은 발달장애인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국제포럼에서 캘리포니아주 랜터만 법(Lanterman Act)을 중심으로 그곳의 발달장애인 지원정책과 실천사례들을 소개하였다.

다운 자녀를 둔 장애인 부모인 클락크 박사와 볼드윈 회장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신년회에 참석하여 고문직을 수락하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쳐 장애인부모연대를 지속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먼 나라 발달장애인들과 그 가족을 돕겠다고 한 그분의 말을 들으며 장애인 가족으로서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다.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는 국적보다도 장애로 인해 만들어진 사회집단이라는 계층성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는 걸 새삼 느꼈다.

클라크박사와 볼드윈 회장 일행은 복지부 관계자들과도 강연과 간담을 갖고 한국에서 발달장애인 지원을 마련하기 위한 여러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4개 지역에서 진행된 발달장애인 지원 국제포럼에는 천여명의 장애인 부모들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와 의회, 교육청 책임자들도 참석해 발달장애인 지원 과제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너무나 부족하여 서둘러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데 당사자인 부모를 비롯해 행정 책임자들도 공감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이제 늘 잊혀진 존재였고 그 가족들의 책임으로 전가되어 왔던 발달장애인 지원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실천 대안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민간단체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 등 발달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와 지방정부에서도 무언가 실천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로드맵을 세우겠다고 공표했으면 좋겠다.

복지부를 비롯해 정부는 해외 발달장애인 지원 사례를 연구하여 한국에 맞는 발달장애인 지원방향과 관련 법 정비 등 실천과제를 설정하고, 관련 부처와 민관 합동으로 ‘발달장애인 지원제도 추진팀’을 시급히 운영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발달장애인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의 역할도 꼭 필요하다. 미국 발달장애인법도 마찬가지였지만, 캘리포니아의 발달장애인 지원법(랜터만법)도 장애인 부모 등 당사자들이 주축이 되어 투쟁해서 만든 성과라고 한다. 장애인 부모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호소하며 의회를 압박하기 위해 랜터만 의원이 드나드는 술집까지 찾아가 농성을 했다고 한다.

독일의 장애인 부모들은 자신들을 ‘영원한 투쟁자’로 부른다. 부럽기만 한 해외 사례와 대조되는 자녀들 앞에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지나치게 온건하다고 말하면 과연 지나친 것일까?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에게 국가란 정말 무엇인가.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우리에게도 남모르는 행복감을 말 할 수 있지만, 장애를 개인의 책임으로 규정하는 우리 사회가 변혁되지 않는 한 장애인 가족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기만 하다. 이제 부모들이 나서서 차별을 온존시키는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 부모인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사람들과 나라 정책의 변화 만이 장애인 자녀들의 진정한 미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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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중학생 딸을 둔 아버지 활동가입니다. 아이들 돌보고 살림도 챙기는 주부이기도 합니다. 2003년 부모활동가로서 장애인교육권연대,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를 조직하였고, 장애인활동가들과 함께 진보정당 장애인위원회를 건설하는데 참여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애어린이 희망찾기>, 위드뉴스 <새로운 부모운동을 위한 전국순회> 라는 연재 글을 썼고, 2007년 한신대에서 <한국사회 장애인 부모운동 연구> 이라는 논문을 썼습니다. 현재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정책국장과 발달장애인자립지원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조례운동본부 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부모운동과 가족지원,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해방에 관심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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