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출범식 장면. ⓒ에이블뉴스

2002년 장애인 부모들을 위한 홈페이지를 만들어 소통하다가 통합교육보조원 운동, 아이의 유치원 입학 거부에 대한 국가인권위 진정 등 장애인 교육과 부모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인을 대변하는 부모운동이 과연 존재하는가 의문을 품어오다가 기존의 부모단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부모운동을 꿈꾸던 참이었다.

2003년 다니던 직장을 버리고 부모활동가로 전업하여 장애인참교육부모회(현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를 만들고, 장애인교육권연대를 조직하면서 전국을 돌아 다녔다. 2000년 전후 생겨난 새로운 부모단체들의 간사역할을 하면서 장애인 부모들에게 참된 부모운동을 다시 세우자고, 우리 아이들의 전생애 권리를 책임질 ‘새롭고 진보적인 전국 단위의 부모회’를 만들자고 제안했었다(위드뉴스, 2004. 4).

이제 8년전 바람은 거의 모두 현실이 되었다. 장애인교육권연대를 중심으로 장애인 부모운동은 2007년까지 줄기찬 노력을 통해 ‘장애인교육법’을 제정하는 성과를 낳았다. 이러한 노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 단위의 새로운 부모운동 조직으로 성장하여 2008년 5월, 명실상부하게 전국 시도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된 부모회들이 모여 새로운 장애인 부모운동 조직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를 탄생시켰다.

부디 부모연대가 한국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의 전면적인 복지, 교육권리를 실현하는 진정한 부모운동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아이보다 단 하루만’ 이라는 절망감을 이겨내고 더디더라도 아래로부터 조직되는 진정한 부모운동으로 오래 오래 발전했으면 좋겠다.

초심으로 돌아가 최근 10여년의 부모운동을 돌아보며 다시 한번 부모운동의 미래를 그려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장애인 부모운동을 분석한 논문을 쓰면서도 생각했는데,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미래에 대한 긴 호흡을 생각하는 건 당연할 것이다.

2004년경 새로운 부모운동을 주장하면서 새로운 부모운동이란 첫째로 장애인 자녀를 대변하는 참된 당사자 운동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했었다.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눈으로 사회를 인식하고 차별구조를 바꿔내려는 권리운동으로서 장애인자녀에 대한 동정적 시각과 결별하자”고 주장했던 기억이 난다.

둘째는 “장애인 운동이 하나이므로 서로 연대하고, 장애인 부모운동도 장애의 경중과 유형, 학교유형과 상관없이 모든 장애아동의 권리를 주장하는 일치와 연대로 나아가자”고 주장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당연한 좋은 얘기일 수 있지만, 당시에 부모단체는 있지만 부모운동이라는 관점이 없었고, 새로운 부모단체들이 있지만 서로 흩어져 있어 힘을 모으지 못했던 상황에서 그야말로 절실한 요구였다.

이제 10년 부모운동을 돌아보며 초기에 던졌던 우리사회 새로운 부모운동의 지향점에 몇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첫째, 부모운동은 발달장애인을 대신하는 권리운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발달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게 하는 운동, 즉 피플퍼스트(people first)운동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이런 면에서 부모운동은 장애인 자녀들이 스스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부모가 참여하는 발달장애인 자기옹호운동, 자립생활 운동이 싹트지 못했다고 본다. 예컨대 지난 12월 부모연대 권리선언언대회에서 발달장애인이 낭독한 발달장애인권리선언을 이제는 발달장애인 스스로가 작성하여 주장하고 실천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른바 경계선상의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장애에 대한 수용과 현실인식이 절실하다.

둘째, 단일한 운동조직으로 연대하더라도 부모대중의 자발적인 참여, 아래로부터 일어나는 대중(또는 다중, multitude)의 다양한 참여와 실천방식에 유연하게 개방될 수 있어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선 사단법인 형태의 거대하고 단일한 부모조직이 가질 수 있는 운동의 전문가화, 조직의 관료화를 경계하고, 아래로부터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살려야 한다. 부모 대중운동은 이른바 다중의 자율주의 운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모들은 참으로 전문가와 타인에게 의존하기 쉬운 자신들의 약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하겠다.

끝으로, 자녀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뿐만 아니라, 자녀와 함께 가고 함께 실천하는 부모운동이 되었으면 한다. 자녀 앞에서 장애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울 뿐만 아니라, 부모인 우리 자신의 편견과도 끊임없이 싸워 나갈 때 장애인 자녀들의 권리와 해방이 확장될 것이다.

예전에 동료 부모들에게 “우리 부모들은 보호자 이전에 장애인 자녀들의 고유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라고 글을 올렸었는데, 이제는 “자녀들의 눈으로 부모인 우리 자신을 성찰하며 앞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동료 부모들에게 이 말씀으로 늦은 새해 인사를 드린다.

*칼럼을 쓰기가 쉽지는 않다. 지난해 10월 울산시청 다녀와서 첫 번째 칼럼을 쓰다가 약속한 저녁 준비를 못하고 늦게 퇴근한 아내와 크게 다퉜다. 아이들 놔두고 글쓰기가 미안하고, 밤에 컴퓨터 앞에 앉기가 눈치가 보인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들의 권리와 부모운동에 도움이 될까 하여 시간을 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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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중학생 딸을 둔 아버지 활동가입니다. 아이들 돌보고 살림도 챙기는 주부이기도 합니다. 2003년 부모활동가로서 장애인교육권연대,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를 조직하였고, 장애인활동가들과 함께 진보정당 장애인위원회를 건설하는데 참여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애어린이 희망찾기>, 위드뉴스 <새로운 부모운동을 위한 전국순회> 라는 연재 글을 썼고, 2007년 한신대에서 <한국사회 장애인 부모운동 연구> 이라는 논문을 썼습니다. 현재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정책국장과 발달장애인자립지원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조례운동본부 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부모운동과 가족지원,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해방에 관심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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