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1일 포스위드 포항사업장 준공식.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글이 늦었습니다. 제 마감일은 9일입니다. 그러니까 9일, 19일, 29일에는 어김없이 글로 여러분께 인사를 드려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무려 4일이 넘도록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제 게으름의 소치입니다.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합니다.

사실 글 쓸 거리는 여기저기서 넘쳐났습니다. 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장판인지라 시사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저로서는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쉽게 글이 써지지 않았습니다. 나라 전체가 어수선한 만큼 제 마음 또한 무엇부터 말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이었습니다. 나라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분통터지는 일들에 대하여 해 글로 쓴다는 것이 마치 공허한 외침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꼭 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기에 앞서 먼저 독자 여러분께 이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기존에 제가 썼던 딱딱한 형식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스타일로 여러분과 마음을 나눠볼까 합니다.

장애인 취업, 희망을 보다

저는 얼마 전 포항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업무 차 포스코가 100% 출자해 만든 장애인 표준사업장 포스위드를 방문하기 위해서였죠. 이 기업은 현재 장애인 직원이 전체 직원의 40%로 장애인을 다수 고용하고 있는 사업체입니다. 사업 내용은 포스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서수발 등 사무지원, 세탁, IT·통신 분야의 서비스 제공 등입니다.

포스위드는 기존의 장애인 다수 고용 사업장보다 인상적인 부분이 참 많았습니다. 장애인이 장애로 인해 일하는 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편의시설에 많은 신경을 썼고, 보조기기도 많이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직원이 노동현장에서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1대 1 멘토링 제도를 도입해 어려운 점을 보완해 주고 있었으며, 지적 장애인의 경우 적응력을 높이기 위하여 일정 기간 동안 부모와 함께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또 전 직원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도록 자기 계발비도 지원하고 있었으며, 일정한 성취를 거두었을 때는 포상금도 주어 장애인 직원의 사기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포스위드 존경받는 기업을 꿈꾸다

대표이사를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만나보니 역시 마인드가 달랐습니다. 장애인을 고용했다고 해서 정부의 지원금이라는 주사를 자꾸 맞으면 기업은 도태되기 마련이라며 기업 스스로 자립, 자활 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추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지적 장애인 노동자는 스스로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지체 장애인 노동자는 낮아진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장애인이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다그치지 않고 조바심 내지 않으며 조금만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제1목적이 이윤창출이기는 하지만 경영은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 믿기에 돈 잘 버는 기업 보다는 존경받는 기업이 되고자 노력할 거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대표이사의 말을 들으니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인들이 우리나라 많아진다면 장애인 고용문제도 훨씬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1호기업이 탄생했으니 앞으로 이런 기업이 더욱 많아질 거라는 핑크빛 희망도 가져 보았습니다. 장애인이 신바람나게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저절로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그녀,장애인이라는 부담스런 시선에서 벗어나다

이번에는 직접 일하고 있는 장애인을 만나보았습니다. 미소가 너무나 아름다운 장애 여성 노동자였습니다. 그녀는 예전 직장에서 일할 때 사람들이 늘‘장애가 있는데 할 수 있겠냐’는 시선으로 봐서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자신이 장애라고 해서 특별대우도 하지 않고, 단지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 그 점이 참 좋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격증 따라고 학원도 보내주고, 자격증 따면 잘 했다고 포상금도 주어서 더욱 더 일을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또 멘토링 제도를 통해 뭐가 어려운지 꾸준하게 관리해 주어 불편함을 최소화시켜주려 해서 다른 곳에서 일했을 때보다 신나게 일하고 있다며 수줍게 웃었습니다. 사진을 연신 찍어대자 그녀는 얼굴이 부었다며 그래도 이쁘게 찍어달라고 애교작전을 피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수선화처럼 맑고 이쁘던지요.

좋았습니다. 기업가의 마인드도 좋았고, 일하고 있는 장애인 노동자들도 만족스러워 보였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장애, 비장애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정겹게 묶여 있는 듯 했습니다.

반전, 또 반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라는 끔찍한 지뢰

많은 기업들이 포스위드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포스위드가 앞으로 더욱 크게 성장 발전하기를 마음속으로 빌며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기쁜 마음에 찬 물을 끼얹은 한 마디를 들었습니다. 저희 일행을 터미널까지 바래다주신 임원 한 분이 제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냈습니다.

“혹시 아까 인터뷰 하신 여직원 사진 나가나요? 안 나갔으면 좋겠는데….”

“왜요?”

“결혼하기로 한 남자 쪽 집에서 아직 장애인인줄 모르거든요. 알면 반대가 심할 것 같아서 걱정이 돼서요.”

압뿔싸. 그랬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노동현장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언제 어디서 해를 가할지 모르는 지뢰같은 것이었습니다. 장애인 고용 확대 가능성이라는 핑크빛 희망이 또 다른 영역에서 장애인 편견이라는 벽에 부딪혀 회색빛으로 흐려져 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너무 속상했습니다.

너무도 열심히 자기 능력을 발휘하며 일하는 그녀가, 예쁘게 사진 찍어 달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부탁을 하던 그녀가 ‘결혼’이라는 문턱에서 상처받으면 어쩌나 두렵고 화가 났습니다.

그녀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곳곳에 숨어있는 장애인에 대한 이 사회의 편견이라는 지뢰를 어떻게 하면 제거할 수 있을까요. 부디 그녀가, 아니 우리 모두가 편견이라는 지뢰를 제거하고 행복해 질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노동자로 당당하게 선 그녀가 결혼식장에서도 당당하게 걸어들어 갈 수 있도록 그래서 이 사회에 편견이라는 지뢰를 과감하게 날려버릴 수 있도록 여러분도 기원해 주세요.

구속받는 것 싫어하고, 구속하는 것도 싫어함. '진정성', '자유', 그리고 '열정'이란 단어를 사랑하는 아나키스트이자 이상주의자. 또한 에코페미니스트로,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의 주인공 안토니아처럼 힘들고 상처받은 영혼은 물론 인간의 정이 그리운 이들을 위한 여남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꿈임. 모든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 만들기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할 생각이며,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파워를 갖지 못하고 소외되어가고 있는 소수자들의 권리 획득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 및 창작활동을 할 계획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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