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장애인 특수학교 아이들의 일상을 담은 새책 <조금 느려도 괜찮아>.

“선생님에게만 보여주는 저 표정, 이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진사가 된다.”

‘사진’이라는 취미를 가진 여섯 명의 교사들이 모여 공립 정신지체장애인 특수학교 아이들의 일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그들과 함께 했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전면 컬러로 제작된 <조금 느려도 괜찮아>가 바로 그것.

더없는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을 바라보며 짓는 미소를 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진사가 된다’는 교사들. 연배도 다르고 교사가 된 동기나 시기도 제각각인 이들은 지난 2002년 서울 신림동 정문학교에서 만나 ‘아이들의 빛을 그려낸다’는 뜻의 ‘아이빛그림’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단어의 뜻을 가르쳐주고, 아이들 사진을 사물함에 붙여놓고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는 아이빛그림 교사들. 이들은 말과 행동이 아닌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세상의 많은 것을 아이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단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관찰해 자기만의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는 꼬마 예술가 도형이, 눈빛으로 말하며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을 늘려가고 있는 병현이, 언제나 주변에 관심이 많아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꼭 따라하는 따라쟁이 병진이, 2학기 회장으로 선출돼 ‘3학년 2반은 제가 지키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일기를 쓴 승민이의 이야기 등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아이빛그림은 “세상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죠. 사진 속에 담긴 아이들의 표정에서 사랑스러움을 읽어낼 수 있다면, 행복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때는 좀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사랑스러운 존재에게는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법이니까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여 “저마다의 속도로 천천히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제자들에게 선생님과의 시간들이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며 환하게 웃는다. <사진·글 아이빛그림/이레 펴냄/값 1만 1천원>

'선생님에게만 보여주는 저 표정, 이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진사가 된다'고 아이빛그림 교사들은 말한다. 사진은 책에 수록된 한 아이의 모습. <아이빛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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