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그대 만나는 날은 참 좋으리'

마음을 한데 모아주는 울타리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소박한 시 한편과 음악이, 깊어가는 가을 한구석에 자리 한다면 그 순간만큼은 누구나 짙은 감상에 젖어 들 것이다. 가을이란 단어와 시의 매치가 아무리 흔해져도 가을에 읽는 시 한편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뒤흔든다.

"떡갈나무와 갈참나무 오롯한 산길을 걷다/융단처럼 깔린 침목들의 계단 앞에 서면/바람이 소리를 만나는 자리/바람과 소리가 만난 연유를/안심당 풍경에게 물어도 좋으리"(최명숙 시인의 '그대 거기 있으니' 중)

늦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뇌성마비 시인들과 시인의 꿈을 가진 뇌성마비인, 그리고 현재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시인들의 시가 한 권의 시집으로 묶였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는 지난달 29일 진행된 '제3회 시와 음악이 있는 가을오후의 만남'에서 낭송된 작품들을 한데 모아 '그대 만나는 날은 참 좋으리'를 발행했다.

'그대 만나는 날은 참 좋으리'는 이날 행사에서 음악과 음성을 통해 소리로 울렸던 시를 다시 종이에 새겨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엮은 시집이다. 이 책에서는 시인으로 활동 중인 뇌성마비인의 작품뿐 만 아니라 시인의 꿈을 갖고 꾸준히 창작활동을 해온 뇌성마비인 김영자씨의 풋풋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특별초대 시인으로 초대된 박희진 시인의 '새봄의 기도', '지상의 소나무는', 김소엽 시인의 '사랑은 초록빛 생명', '오늘을 위한 기도' 등을 비롯해 뇌성마비 시인 정훈소, 최명숙, 최정민, 황지형, 서정슬, 우창수씨 등의 주옥같은 시 작품 48편이 실려 있다.

그 어떤 유명시인보다 진실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뇌성마비 시인들은 이번 시집을 통해 장애인 문학의 중심에서 부지런히 시작(詩作)을 멈추지 않는 자세를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 책은 판매용으로 출간된 것이 아닌 비매품이며 소장을 희망하는 사람은 한국뇌성마비복지회로 문의하면 된다.

문의: 02)932-4292, 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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