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던 어린시절, 비 오는 날 동네 아이들과 물장구를 치며 놀았던 기억이 너무 좋아 비가 내리는 날엔 항상 휠체어를 끌고 밖으로 나가는 순태 아저씨.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쓰진 않고 매번 휠체어에 꽂아두기만 해서 동네 아이들은 그를 '왔다갔다 우산아저씨'라고 부른다. 심지어 아이들은 아저씨를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놀려대기까지 한다. 아무도 순태 아저씨가 우산을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못' 쓴다고 생각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아저씨의 속사정을 알게 되는 아이들. 못내 미안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던지는 아저씨의 능청스런 위로의 말은 아이들을 포근히 감싸 안는다.

"이 녀석들아. 그거야 아무도 안 씌워 주니까 그냥 가지고만 다니는 거지. 휠체어 밀면서 무슨 재주로 우산까지 쓰냐? 혹시 길가는 사람이 씌워 주지 않을까 해서 늘 가지고 다니는 거야. 이제 비 오는 날 나 보면 꼭 우산 씌워 줘야 해?"

청년사에서 최근 발간한 단편동화집 '왔다갔다 우산아저씨'(글/공진하·그림/변병준·값 8천원)에는 휠체어 장애인인 순태 아저씨의 이야기를 포함한 9편의 짤막한 동화들이 담겨 있다.

작가 공진하씨는 이 책 구석구석에 '처음 한사랑마을 아이들을 만났던 것처럼, 지금 한국우진학교 아이들을 만나는 것처럼, 그렇게 오래오래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냈다.

또한 특수학교에서 10여 년간 장애어린이들을 가르쳐온 공씨는 이 책을 통해 장애어린이들이 우리와 다르면서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며, 그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웃고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원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작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아이들의 생활과 어려움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 노력한 흔적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장애어린이들이 겪는 어려움과 아픈 자녀를 둔 부모, 가족들의 모습까지 세심하게 묘사돼 있어 소외받은 사람들에 대한 따뜻하고 편견 없는 시선을 키워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편 삽화를 그린 변병준씨는 '그린이의 말'에서 '한국우진학교를 찾았을 때 힘들지만 밝은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운동하고 공부하는 선생님들을 보았다'며 '그 작은 교실에서처럼 우리들의 일상에서도 서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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