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 정보세상 > 화제의책 기사 인쇄기사 이메일 보내기기사목록 기사오류신고
이기사를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 싸이월드 공감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RSS 단축URL
http://abnews.kr/u93

시집 '내 안에 빛이 있다'

이은숙씨, 실명이후 세상사 희망으로 승화

복지관 문예창작교실서 꾸준한 습작 훈련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4-03-17 10:01:38
 시각장애여성 이은숙씨가 펴낸 시집 '내 안에 빛이 있다'. 에이블포토로 보기 시각장애여성 이은숙씨가 펴낸 시집 '내 안에 빛이 있다'.
"미숙한 글 솜씨가 마음에 걸려서인지 자꾸만 부끄러워져서 되물리고도 싶었지만, 그 어떤 아픔으로 미소가 엷어진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위안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시집 '내 안에 빛이 있다'를 펴낸 시각장애여성 이은숙(52·시각장애1급)씨가 작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솔직한 심경이다. 그녀는 또 지난 2년 동안 시창작수업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동료들에게도 한없이 미안하다고 말한다. 자기보다 훨씬 훌륭한 시를 쓰는 동료들이 있는데 자신에게 이런 기회가 와서….

이씨는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창작교실이 처음 시작된 200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문학수업을 받고 있다. 그 전까지는 습작원고들이 컴퓨터 한 구석에 저장된 채 방치되어 있었지만 이지엽 교수(시인·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님의 지도아래 동료들과 서로의 작품을 놓고 토론하면서 자신의 작품에 쌓인 먼지들을 털어 낼 수 있었다.

한편으론 이교수님의 문학수업을 들으면서 시작에 대한 방법들을 하나하나 체계화해 나가면서 시의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시적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오랜 동안 묻어 두었던 60여편의 작품을 모아 '내 안에 빛이 있다'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엮게 되었다.

이은숙씨의 시집 출판의 산파역할을 했던 이 교수는 "이은숙씨의 시에서는 희망이 묻어 나온다"고 전제하며 "시각장애가 있더라도 나름대로의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관찰력이 있기 때문에 시를 쓰는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오히려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은숙씨는 이런 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이점을 잘 살려간다면 훌륭한 시인이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이 교수는 올해 이은숙씨를 비롯해 시창작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몇 사람을 올해 안에 문단에 데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에 시집을 펴낸 고요아침 출판사는 2002년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의 문예창작교실에 참여하고 있던 시각장애인들이 글을 모은 '나는 공이랍니다' 문집을 만들면서 이은숙씨와 인연을 맺었다.

"나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이은숙씨는 시집 출판과 함께 시인이 되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게 되었고 누구보다 갑신년을 의미 있게 출발하고 있다.

시인 이은숙씨. 에이블포토로 보기 시인 이은숙씨.
■시인 소개=1953년 부산 출생. 불혹의 전후부터 시력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 후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각장애인 1급 판정을 받았다.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평택 한광여고에서 교직생활을 한 바 있다. 현재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창작에 관한 수업을 듣고 있으며, 아름다움 빛이 되는 시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평-정성욱 시인=시인은 '세상을 볼 수 없다면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면 되지 않는가'라며 자위를 했다. 그후부터 행복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들여다보았다. 오히려 비장애인들보다 더 맑고 밝은 미소를 가질 수 있었다.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적응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비장애인과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온전히, 세상의 빛을 보며 내 다리로 걸었던 곳. 내가 예전에 바라보았던 거리를 이제 어쩌면 나 혼자 걷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은 어느 날부터 사라졌다.

자양분이 사라진 바싹 마른 나무가 되어
벌거벗은 맹숭한 가지로 바람에게조차 흠씬 두들겨 맞고
몸통이 쩍쩍 갈라진 후에야 문득 따뜻한 시선이
내 몸을 감싸고 있음을 느낍니다.

-'나목의 사랑' 의 한 부분


그럴지도 모른다. 시인은 마침내 '바싹 마른 나무가 되어' '바람에게조차 흠씬 두들겨 맞고 몸통이 쩍쩍 갈라진 후에야' 비로소 세상이 그토록 따뜻하고 희망적이라는 사실을 느꼈던 것이다. 그 '통증'은 시인에게 절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소'였으며 '사랑'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는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듬고 인내하는 것'임을 깊이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시인의 시에는 어떤 절망도 아픔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가 펼쳐 보이는 시들은 '희망적'이며, '사랑'과 '행복'이 가득 넘쳐 난다. 시인이 말하는 사랑이란 결국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시편을 읽는 내내 따뜻한 피가 온 몸을 순환하고 일순 눈앞이 환해진다.

광릉수목원에서 진행된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문예창작교실 야외수업에 참석하고 있는 시인 이은숙(오른쪽)씨. 에이블포토로 보기 광릉수목원에서 진행된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문예창작교실 야외수업에 참석하고 있는 시인 이은숙(오른쪽)씨.
*본 기사는 '위드뉴스'에도 게재하였습니다.

누구나기자 조희도 (ablenews@ablenews.co.kr)

누구나기자 조희도의 다른기사 보기 ▶
< 네이버에서 에이블뉴스를 쉽게 만나보세요! >
<내손안의 에이블뉴스~ 언제 어디서나 빠른 장애인계 소식~>
에이블뉴스 페이스북 게시판. 소식,행사,뉴스,일상 기타등등 마음껏 올리세요.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너: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구독료 1,000원도 큰 힘이 됩니다. 자발적 구독료 내기배너: 에이블서포터즈
기사내용 인쇄기사 이메일 보내기기사목록 기사오류신고 이기사를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 싸이월드 공감 RSS
화면을 상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