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너와 함께한 모든 길이 좋았다'.ⓒ뜨인돌

배낭여행을 꿈꾸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있다고 하자.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서점의 여행서적 코너를 가득 채운 수많은 가이드북은 휠체어 여행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즐비한 장애인 휴먼스토리들 역시 용기는 줄 수 있을지언정 길 떠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다.

세상의 모든 책이 다 모여 있다는 ‘바벨의 도서관’에는 혹시 한 권쯤 있을지 모르지만, 그 전에 일단 그곳으로 가는 저상버스가 있는지 없는지, 입구에 혹시 계단이나 문턱은 없는지, 실내에 장애인화장실이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는 가이드북이 먼저 나와야 한다.

신간 ‘너와 함께한 모든 길이 좋았다’는 커다란 전동휠체어를 타는 작은 여자와 두 발로 걷는 비장애인 남자 커플이 45일간 다녀온 유럽배낭여행의 기록이다.

여행 준비과정부터 시작해 유럽 각지의 장애인 여행 정보들까지, 글쓴이들이 맨몸으로 부딪치며 경험한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상에 흔한 게 유럽여행이라지만, 물리적 제약이 많은 글쓴이들에게 유럽은 누군가 휠체어를 타고 다녀왔다는 풍문조차 들려오지 않는 미지의 세계였다.

실제로 장애인들이 선뜻 유럽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곳이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여건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절실했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정보들을 글쓴이들은 직접 수집하고 정리했다. 전동휠체어를 비행기에 실을 때 배터리 사진을 왜 미리 찍어두어야 하는지, 런던에서는 왜 지하철보다 버스가 편한지, 휠체어를 탄 채로 에펠탑을 오를 수 있는지 등등.

베네치아의 수상버스나 인터라켄 유람선은 경사로가 제공돼 휠체어도 거뜬히 탈 수 있으며,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은 입장은 가능하지만 계단 때문에 옥상과 지하 예배당은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렇듯 섬세하게 정리된 5개국 10개 도시의 휠체어 여행정보에 글쓴이들은 ‘휠링 가이드(wheeling guide)’라는 인상적인 제목을 붙였다.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예상치 못한 위기들로 가득한 에세이를 읽으며 이들의 여행 경로를 따라가다보면 여행 과정에서의 이런저런 난관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생생한 조언도 얻을 수 있다.

<지은이 박윤영 채준우, 분류 여행에세이, 출판사 뜨인돌, 값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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