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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사표 던지고 병원 짓는 그 남자

신간 <효자동 구텐 백> 마치 탐사기사 읽는 듯

제대로 된 재활병원 하나 없는 우리현실 꼬집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4-08 16:59:09
얼굴에서 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한 마디만 나눠도 따뜻한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효자동 구텐 백>(푸르메/ 248쪽/ 1만2000원)의 저자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도 그런 사람이다. CBS, 한겨레신문사, 동아일보사에서 12년 동안 기자로 일하면서 험난한 취재 현장을 누볐을 것이라곤 전혀 짐작할 수 없을 얼굴이다.

지금 백 씨는 기자생활을 접고 더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환자 중심의 대안적 재활전문병원과 어린이재활센터를 건립하기 위해서 뛰고 있는 것이다. 참고적으로 국내에는 아직 백 씨가 꿈꾸는 그런 재활전문병원 한 곳도 없다. 매년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교통사고와 질병 등으로 후천적인 장애인이 되고 있지만…. 그래서 그 길이 기자생활보다 더욱 험난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가 재활전문병원 건립에 뛰어들어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로 두 번째 삶을 살게 된 계기는 아내의 교통사고 때문이다. 그는 1996년부터 2년 동안 뮌헨대학 정치학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수학했는데, 귀국하기 직전인 1998년 여름 영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됐다. 좋은 추억을 만들자며 자동차로 떠난 여행이었다.

그의 가족은 영국에서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고를 당하게 됐다. 시야가 툭 터진 오르막길에 비상등을 켠 채로 자동차를 세우고, 백 씨의 아내가 트렁크에서 딸아이의 속옷을 꺼내고 있었는데 자동차 한 대가 돌진해왔다. 그와 딸은 큰 상처를 입지 않았지만, 아내는 이 사고로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했다.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고 한다.

그의 가족은 영국과 독일을 오가며 치료를 받으면서 제대로 된 재활병원을 경험하게 됐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재활병원과 마주하게 됐다. 그러면서 아내와 함께 결심을 하게 됐다. 환자를 가족처럼 돌보는 아름다운 재활병원을 세우겠다고. 그런 병원 하나쯤은 한국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한 것이다.

사표를 던지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인들과 함께 뜻을 합치고 선후배들에게 투자를 받아 국내 최초의 하우스맥주 전문점 ‘옥토버훼스트’를 세웠다. 그의 모험은 성공했고, 그가 소유한 옥토버훼스트 지분과 아내의 우선피해보상금을 기본재산으로 보건복지부에 재단설립허가를 요청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부의 반응은 냉담했다. 기본재산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최소한 10억 원은 넘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돈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가 김근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찾아가 눈물로 호소를 하고 나서야 서류검토도 하지 않던 실무자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밀고 당기는 실랑이 끝에 결국 2005년 3월에서야 설립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푸르메재단(www.purme.org)을 세운 건 고생길의 시작이었다. 병원 건립에 드는 기금을 모으고, 부지를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가 힘든 길을 계속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지쳐 쓰러진 자신을 일으켜 세워주는 의인들이 위기의 고비 때마다 나타나 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주변에서 도와준 사람들을 의인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가 푸르메재단을 꾸려온 과정을 보면 그에게 더 어울리는 표현인 듯 하다. 그리고 그가 의인이기에 또 다른 의인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또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걸어가며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 광복과 민주화를 위해 목숨 바치신 분들이나 노동자와 한솥밥을 먹으며 회사를 꾸려가는 기업가를 위대하다고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장애를 가진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님, 자립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장애인 등 역경을 딛고 일어나신 분들을 만나면 ‘참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효자동 구텐 백>을 읽으면서 제대로 된 재활병원이 하나도 없는 국내 현실에 대한 탐사기사를 읽는 듯 했다. 벌써부터 그 기사의 마지막편이 어떻게 써질지 기대가 된다. 경기도 화성시에 지어질 푸르메병원 건립이 그 기사의 끝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푸르메병원을 본받아 제대로 된 재활병원들이 필요한 만큼 세워질 때까지 탐사보도는 계속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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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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