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BC 보도내용 중에서 캔뚜껑과 휠체어는 교환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장면. <이복남 기자>

이미 10여년전에 사라진 '캔뚜껑과 휠체어 교환'이라는 요상한 망령이 되살아나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어 그 진원지를 찾아보니 파란나라 사랑나눔회(http://cafe.daum.net/koinonialove, 파사나)라는 다음카페인데, 이 뜬소문에 불을 지핀 것은 MBC TV의 느낌표(순간포착 3월 5일 방송)였고, 기름을 부은 것은 국민일보였다. [연결]'캔뚜껑 1만개수집 효심 휠체어 얻고…'(국민일보 2005-05-29)

국민일보 기사를 보고 '파나사'를 비롯하여 MBC, 국민일보에 전화를 걸어 '캔뚜껑과 휠체어 교환'은 뜬소문임을 설명하고 정정보도를 요청하고는 그간의 경과를 에이블뉴스에 보도했다.

그런데 6월 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캔뚜껑과 휠체어 교환에 대한 국민일보 내용을 방송했고, 부산MBC 라디오에서도 같은 내용을 방송했다.

물론 잘 모르고 그랬겠지만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보도하는 방송도 문제지만 그런 방송을 보고 믿지 않을 국민이 있다면 더 큰 문제이리라.

당연히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부산MBC에도 항의를 했고 며칠 지나서 두 군데서는 정정 방송을 했다. 그러는 가운데 부산MBC 기자가 캔뚜껑을 모으고 있다는 김해대동중학교 1학년 정나래 학생을 만났고 '캔뚜껑과 휠체어 교환'이 뜬소문임을 알리는 보도를 했다. (부산MBC 9시 뉴스데스크 6월 6일 방송)

왼쪽부터 필자, 교장김병열 정나래양 교감 정영규. <이복남 기자>

부산MBC 박상규 기자가 정나래 양을 만나서 캔뚜껑을 휠체어와 바꿔 주는 곳이 없을 거라고 했더니 울음을 터뜨려서 가슴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 학생에게는 '하사가'에서 휠체어 1대를 기증하지요.' 대동중학교로 연락을 하니 학교 일이 좀 바쁘다며 다음주에 와 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파사나'에서는 '캔뚜껑과 휠체어'에 관한 문의가 줄을 이었고, 필자가 쓴 '캔뚜껑과 휠체어 교환은 근거 없는 뜬소문'이라는 글도 누군가가 퍼다 놓았다. 그럼에도 '파사나'에서는 누가 어떤 연유로 캔뚜껑과 휠체어를 바꿔주는지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은 채, 오히려 필자가 쓴 글이 헛소문이니 신경 쓰지 말고 캔뚜껑은 계속 모아 달라는 글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14일 정화원 국회의원이 신라대학교에 특강이 있어 부산을 찾았는데 마침 부산일보에 필자가 쓴 『'캔뚜껑과 휠체어'의 동상이몽』(부산일보. 2005-06-14)이라는 글이 실렸다. 정화원 의원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회장을 하던 시절 군부대에 휠체어를 전달한 것을 기억하고는 그 소문이 아직도 돌아다니느냐고 우려했다.

그러잖아도 장애인복지의 가장 큰 난제는 사람들의 편견인데 장애인을 위한다는 사람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사기나 치는 사람으로 비춰지면 어찌되겠느냐. 그 학생에게 휠체어 1대는 내가 주겠다'며 휠체어 값을 내 놓으셨다.

다음날 휠체어를 사러 갔는데 곰두리메디칼 인동규 대표의 말은 더욱 기가 막혔다. 학생들이 캔뚜껑을 모아서 휠체어와 바꿔 달라고 들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안 된다고 하

면 실망하는 모습이 정말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처음 필자는 정나래양의 장애인을 위하는 아름다운 마음에 보답하는 뜻으로 적당한 휠체어 1대를 선물하려고 했는데, 정화원 의원이 지원금을 내 놓으셨고, 인동규 대표의 배려로 제법 괜찮은 국산 휠체어 1대를 싣고 대동중학교(교장 김병열)로 갔다.

왼쪽부터 필자, 박철민씨, 정나래양, 성윤정양, 한마음학원 이영주 부원장. <이복남 기자>

정나래양은 MBC 느낌표를 보고 삼촌이 자원봉사 나가는 곳에 줄려고 학교를 마치면 캔뚜껑을 주우러 다녔는데 시골마을이라 음료캔이 흔하지도 않았다. 음료캔 자판기 옆에서 친구들이 먹고 버린 캔뚜껑을 모으기도 하고 자신이 음료캔을 일부러 사먹기도 하면서, 마을회관에 체육행사가 있는 날은 하루종일 운동장을 맴돌기도 했단다.

그의 삼촌이라는 박철민(42)씨는 장유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면서 1달에 한번 한마음학원(원장 김숙이, 정신지체 생활시설)에 자장면 100그릇을 봉사하시는 분이었는데 장사가 잘 안되어 몇 달전 중국집이 문을 닫아 더 이상 자장면 봉사는 못하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정나래양과 그를 도와 캔뚜껑을 함께 모았던 성윤정양 그리고 박철민씨와 함께 김해시 장유면에 있는 한마음학원을 찾아가서 휠체어 1대를 기증하였다.

거듭 말하거니와 '캔뚜껑과 휠체어'를 교환해 주는 곳은 없으며, 알루미늄캔의 재료는 1㎏에 1천~2천원 정도의 가격이므로 캔뚜껑 2㎏으로는 상품가치도 없을 뿐더러 몇 년 전부터는 캔뚜껑에 따개 고리가 붙어 나오는데, 캔의 따개 고리만 억지로 떼어내고 캔은 버린다는 것은 자원재활용이나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더구나 수동휠체어 1대 가격은 15만~20만원 정도인데 건강보험에서 80%를 지원해주고, 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로 지원해 준다.

장애인을 위해서 봉사를 한다는 것은 백번 고맙고 아름다운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전혀 없는 '캔뚜껑과 휠체어 교환'이라는 헛소문으로 선량한 학생들을 거리로 내몰아 쓰레기통을 뒤지게 하는 일은 더 이상은 말아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따듯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자원봉사 할 일은 많다. 주변을 돌아보고 무엇이 진정 나를 필요로 하는지 돌아보자.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누구나기자로 현재 하사가장애인상담넷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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