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6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05년 8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발주한 시각장애인용 음성유도기 제작 및 설치 입찰에 담합한 (주)한길핸디케어, (주)우인이엔에이, (주)도일이디피에 총 1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주)우인이엔에이와 (주)도일이디피는 2월 10일까지, (주)한길핸디케어는 올해 8월 10일까지 제재기간이다. 국가계약법 27조 3항에 해당되는 담합행위를 해 제재를 받고 있는 제조사는 국가를 상대로 하는 수의 계약을 할 수 없는 것이 현행법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 중구청은 (주)도일이디피와 성동구청은 (주)한길핸디케어와 소액 수의계약을 체결해 음성유도기를 설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구청은 15개 제품을 관내 15개 동사무소에 설치했고, 성동구청은 20개 제품을 동사무소, 장애인복지관 등에 설치했다.
중구청 관내에 설치된 제품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로부터 인증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음성유도기와는 전혀 관계없는 휴대용 리모컨 인증스티커를 부착하기도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현재 설치되어 있는 음성유도기 제품을 모두 뜯어내야한다.
음성유도기 업체들은 현행 법과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어가고 있다. 최근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 인천국제공항철도(주)에서 실행하고 있는 음성유도기 설치사업을 보면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다.
먼저 음성유도기 설치공사가 전기공사나 통신공사와 묶여서 입찰 공고가 되고 있어서 담합행위로 제재를 받고 있는 음성유도기업체들이 전기공사업체나 통신공사업체의 하청 업체로 들어가 국가에서 발주한 계약을 따내는 것이다. 이 부분은 마땅히 제재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지난 2006년 8월 23일 개정된 전파연구소의 ‘방송·해상·항공·전기통신사업용 외의 기타업무용 무선설비의 기술기준’(전파연구소고시 제2006-84호)에 따르면 2006년 11월 25일부터 ‘시각장애인 유도신호용 고정장치(음향신호기, 음성유도기) 수신부’ 성능에 대해서 인증을 받아야한다.
전파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음성유도기 4개 생산업체 중 한 곳도 이 인증을 받지 않았다. 음향신호기 12개 업체 중 2곳만이 현재 이 인증을 받은 상황이다. 현재 설치되고 있는 음성유도기는 모두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하면 시각장애인 음성유도기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독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당국과 업체를 감시해야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국가 표준에 부적합한 제품에 대해 양호하다고 공문을 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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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