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백 종 환
장애인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풍악이 울리는 잔칫날에도 골방에서 숨죽인 채
하루 종일 갇혀 있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장애인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챙겨줄 이 없다, 창피하다 하여
시설에 그냥 버려져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장애인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워도 쓸데없다, 돈이 없다 하여
학교를 보내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장애인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애기를 낳을 수도 없고, 낳아서도 안된다 하여
결혼을 시켜주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장애인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굵은 주름이 생기고 흰머리가 보여도
어린 아이 취급을 하며 반말을 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장애인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새우 잡이 통통배 태워 하루종일 일을 시키고도
월급대신 빵 하나, 우유하나 들려주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장애인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과자 사주는 동네 어르신이, 공부 열심히 하라는 선생님이
치마 속 손을 넣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장애인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유명인 목욕 봉사 이벤트에
깜짝 누드모델이 되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장애인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나도 사람입니다. 나는 사람이라고요.
이 피 눈물나는 외침이 그냥,
그냥 넋두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느 날,
우리 부모님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집안에 갇혀 세상이 보고 싶다는 애원을 듣고서야,
그 어느 날, 뜻하지 않는 사고로
하루하루를 재활병원에서 보내다
학교가고 싶다며 펑펑 울어대는 내 아이를 보고서야
비로소,
장애인은 그러면 안 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장애인은,
장애인은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