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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에나 뮤지컬, TV 드라마속에서는 장애를 숙명처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그려질까?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이곳에 차근차근 풀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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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뇌성마비 장애인들, 서로 다른 운명
카테고리 : 영화속 장애이야기 | 조회수 : 5912018-12-12 오후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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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왼발’ vs ‘오아시스

 

 우리는 모두 영화 속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지금부터 필자가 하려는 영화 이야기는 모두 뇌성마비장애인과 가족들의 일상을 담아낸 두 편의 작품이다. 외국영화 제목은 나의 왼발’, 한국영화 제목은 오아시스. 두 영화는 모두 뇌성마비장애인 개인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가족들, 사회, 이웃들이 바라보는 시선들이 어떻게 다른가를 말하고 싶어서다.

 

 나의 왼발은 1989년 짐 쉐리단 감독의 데뷔작으로 영화마니아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더블린 출신의 크리스티 브라운이 거쳐 온 삶을 충년 시점에서 회상으로 그려낸 영화다. 육체적 미완성이 예술로 완성된 감동 스토리. 마음의 장애가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치유해 보는 건 어떨까?

 

 크리스티 브라운은 뇌성마비로 전신이 비틀리고 마비된 채 왼발만을 움직일 수 있는 소년이었으나, 어머니의 끝없는 희생과 사랑으로 남달리 깨끗하고 맑은 영혼을 갖고 성장하면서, 그림에 소질을 보인다. 독창적인 작품으로 두각을 나타내던 19살 때 뇌성마비 전문의 아일린 콜을 만나 불분명하던 발음도 상당히 교정되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크리스티는 미모의 여의사 아일린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아일린은 약혼자가 있고, 실연의 고통에 한때 자살까지 기도하던 크리스티는 강인한 정신력과 오기로 절망을 딛고 일어서, 자신의 소년 시절과 열 명이 넘은 형제 자매들, 청년기의 슬픈 사랑을 진솔하게 서술한 자서전을 내놔 작가로서도 성공한다. 아일린 콜의 부탁으로 뇌성마비 장애인 후원모임에 나간 크리스티는 여기서 간호사 메리를 만나, 신체의 장애를 극복한 집념으로 메리의 사랑을 얻기에 이른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오스카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수상, 몬트리올 영화제 3개 부문 수상하였다.

 

 

 

 장애에 대한 능동적·수동적 마인드

 

 

 

 그에 반해 한국영화 오아시스는 어떨까? 20028월에 개봉되었던 오아시스, 이창동 감독 설경구 문소리 주연의 이 영화는 과연 이 두 남녀의 사랑을 주위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어쩜 사람들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사회 속에서 장애인은 사람들 사이를 끼지 못하는 부류기에 더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고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종두(설경구 분)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형을 살다가 교도소에서 막 출소했다. 그 사이 이사를 가버린 가족들을 겨우 찾아가지만 가족들은 귀찮은 내색을 숨기지 않는다. 어느 날 별 생각 없이 피해자의 가족을 찾아간 종두는 마침 다들 이사 가고 난 낡고 초라한 아파트 거실에 정물처럼 혼자 뎅그러니 남겨진 장애인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종두는 또다시 그녀를 찾아간다. 비루한 살림살이가 널려있는 여자의 아파트에서 종두는 여자를 상대로 혼란스러운 욕정을 느끼지만 여자는 두려움에 일그러진 몸짓을 한다. 종두는 여자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져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자괴감에 빠져 할 일 없이 시간을 죽이던 어느 밤, 잘못 걸린 듯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 속 주인공은 뜻밖에, 여자다.

 

 공주(문소리 분)는 중증뇌성마비장애인이다. 오빠 부부가 이사 가던 날, 비둘긴가 햇살인가 그 사이로 낯선 남자의 그림자가 보였다. 행동이 부자연스런 그녀가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방안에 걸린 오아시스 그림에 밤마다 어른거리는 그림자다. 그것은 창 밖 커다란 나무가 흔들리며 가로수에 비춰지는 것이지만 공주는 그림의 위치를 바꾸지도 나무를 어쩌지도 못한다. 어느 날 혼자 있는 공주의 아파트에 남자가 들어온다. 공주는 남자를 본 것부터 그 남자가 자기의 몸을 만진 것, 아프게 한 것까지 온통 난생 처음인 것뿐이다. 남자가 사라지고 난 후 공주는 오아시스 그림과 밤과 혼자라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워졌다. 무슨 생각이 났던 것일까. 공주는 힘겹게 몸을 움직여 전화번호를 누른다.

 

 종두와 공주는 비로소 사랑이란 것을 알게 된다.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남자인 종두와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공주가 그려나가는 사랑이란 어설프기 짝이 없다. 전화 통화를 시작하고 종두의 형이 운영하는 카센터에서 데이트를 시작하고 자장면을 먹기도 하면서 둘은 서서히 감정을 교류해 나간다. 사랑 안에서 공주는 정상인으로 걷고 웃고 말하며, 사랑 안에서 종두는 사랑하는 한 여자를 가슴에 보듬는 듬직한 남자다. 둘은 오아시스 그림 앞에서 춤을 추고 사랑을 나누지만 운명은 때로 잔인하게 엇갈린다.

 

 종두와 공주가 합의하에 섹스를 나누고 있는데 오빠네 가족들이 안부 차 아파트에 찾아와 한바탕 난리가 나고 경찰서로 이송된 종구는 합의가 안돼서 결국 실형을 살게 되는 가운데 공주는 아파트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집안 곳곳을 청소한다. 구치소 안에서 보낸 종구의 편지를 들으며 말이다.

 

 이 두 영화는 너무 다른 시각으로 뇌성마비장애인들을 바라본다. 나의 왼발에서 뇌성마비장애인은 많이 느리지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가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관점인 반면에 오아시스에서는 사회에서 적응하기 힘들고 그저 도와줄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바라본다. 삶을 대하는 마인드가 능동적이냐, 수동적이냐, 충동적이냐에 따라서 이 두 영화의 성격이 달라진다.

 

 크리스티는 능동적 마인드와 충동적 마인드가 함께 존재하고 있어서 예술적 천재성을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주는 수동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것이 습관이 되어 홀로 남겨지는 것이 무서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자신을 느끼고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능동적인 마인드로 바꿔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들을 보는 사회적 시선의 폐쇄성·개방성

 

 

 

 전 세계가 주목했던 나의 왼발, 그리고 한국영화 오아시스. 20년에 차이를 두어 개봉되었지만 그 내용과 성격은 사뭇 다르다. 나의 왼발은 육신 중에 왼발밖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장애를 수용해가면서 그림에 대한 천재성을 발견하고 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겪으면서 다져져 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오아시스는 몸을 자유로이 쓸 수 없는 중증뇌성마비여성장애인 주인공과 사회에서 버려진 전과자와의 사랑 이야기다.

 

 과연 나의 왼발과 오아시스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두 주인공들 모두 장애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주변 상황에 따라서 그들의 인생이 확 바뀌어 버린다. 무엇이 그들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것일까?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열려있는가, 닫혀있는가의 차이 아닐까.

 

 나의 왼발에서 크리스티는 어머니의 희생과 가족들의 이해, 이웃들의 관심과 배려가 그를 성공으로 이끌어갔다. 반대로 오아시스에서 공주는 가족들과 이웃들의 장애에 대한 편견 속에서 냉대와 천대를 받으며 살아가던 그녀에게 집 밖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아마 두려움 그 자체, 괴물 같은 곳이 아니었을까?

 

 감독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오아시스를 만들었는지 알겠으나, 비장애인 입장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했기 때문에 주인공 공주를 새장에 갇힌 새 신세로 만들어 버린 건 아닌지. 왜 주인공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던 사람을 사랑하게 만들었는지 정말 묻고 싶다.

 

 아직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여전히 닫혀있다. 닫혀있는 세상을 여는 건 우리 몫이다.

 

 독자 분들에게 묻고 싶다. 이 두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살아야 한다면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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